의학 교육·연구 역량 '저하' 심각한 위험…통합지원 방안 내놔야
김우미 교수, 의학회 기획특집 "연구환경·처우 지원체계 마련" 제안
의학 연구와 임상 진료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의학이 교수 부족 문제에 직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9월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 1000명 증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미래 교수요원(의사-대학원생)이 부족해 충원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우미 고신의대 교수(약리학교실)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한 E-NEWS LETTER 기획특집 '기초의학의 전망과 개선 방안의 모색'을 통해 현재 40개 의과대학 기초의학 교수 1638명 가운데 5년 이내에 229명(14%)이, 20년 후에는 50% 이상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교수 부족에 직면해 있다면서 의학 교육과 연구 역량 저하로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의 '기초의학 인력양성을 위한 대학원 교육과 연구 개선 방안(2023년 12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46∼55세 사이의 기초의학 교수가 향후 15년 이내 정년퇴직할 예정이어서 자연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학한림원은 교수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 학회가 최소 5년마다 10명 이상의 기초의학 전공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기초의학교육의 현황과 전망(2023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기초의학 교수 부족 심화요인으로 부교수·조교수 층과 의사 대학원생 부족 문제를 짚었다. 교수 충원 자원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충원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미 교수는 "기초의학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기초의학 연구자들에게 안정적 연구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면서 "기초의학 교육과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통합적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초의학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의 정책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먼저 BME(기본의학교육)-GME(졸업 후 교육)-CPD(전문직업성 평생개발)간의 연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대학은 기초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 기초의학 분야 인재 양성과 교육 역량을 강화시키는데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김우미 교수는 "기초의학 교수진 확보, 연구인프라 확충,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와 대학, 그리고 지역사회가 연계된 혁신적 정책 수립과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초의학 분야 의사-교수 충원을 위해 의대생들의 기초의학 진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꼽은 경제적 이유·연구 성과 부담·진로 전환 제약 등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우미 교수는 "연구 참여 경험이 있는 학생일수록 의학 연구와 기초의학 진로에 대한 긍정적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면서 "의대 교육과정을 개편해 학생 연구를 정규과정으로 도입하거나 비정규 과정 또는 장기적인 연구의 참여 기회를 장려하기 위해 대학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학생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비 지원·교육과정 개편·연구시설 지원·지도교수 인센티브 지원도 제안했다.
"전임교수 중 임상 의사에 한해 진료를 병행할 수 있는 겸임 교수제를 기초의학 분야에 적용하면 기초의학 교육 참여 기회가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한 김우미 교수는 "임상 진료와 기초의학 교육 및 연구 병행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교수 트랙제 도입과 교육·연구·진료 영역의 업적평가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하면 기초의학 진로의 기피 사유인 '진로 전환 제약'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의료인문학의 중요성에도 무게를 실었다.
김우미 교수는 "의사가 돈을 벌 수 있는 분과에만 쏠린다는 비난이 오롯이 의사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사회 보편적인 가치로서, 일등만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과 생존 자원을 획득하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도 연관된다"면서 "사회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의학적 전문성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의료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법률과 제도뿐만 아니라 시민의식의 고양이 필요하며, 의학적 문해력(medical literacy)도 향상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의 좋은 의사는 일차 의료에 종사하는 진료 의사를 넘어 의사-연구자로서, 그리고 사회 저변과 여러 분야에서 의학적 전문성을 토대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의사이길 기대한다"고 밝힌 김우미 교수는 "미래 의학교육이 지향할 방향"이라고 결론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