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여의정협의체 출범한 국힘 "두 달간 연락 없었다"
의대교수들, 전공의 지원 900억 감액에 "정부 약속 벌써 파열음"
국민의힘이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여의정협의체를 출범한 가운데 여당 차원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전공의 대표 입에서 나왔다.
2025년도 전공의 지원 예산 역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크게 감액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 약속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의료사태 해결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진정성'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개인 SNS를 통해 '한동훈의 진정성'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9월 8일 한지아 수석 대변인의 부재중 전화 한 통과, 9월 10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요청의 건' 제목의 공문 하나 남긴 것이 전부"라고 짚었다.
박단 위원장은 한동훈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사실, 2025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침묵을 비판했다.
"반쪽짜리 협의체를 만들어 놓고선 본인이 참석도 하지 않고 해결하겠다니, 한동훈 당 대표가 진정성은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2025년 의대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20~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의정협의체는 지난 11일 출범 이후 6일만인 17일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에는 의료계에서 이진우 대한의학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자리했고, 국민의힘에선 이만희·김성원 의원이 참석했다. 정부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만희 의원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2025년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입장차가 컸음을 전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2025년 의대 증원에 대한 원점 재검토 없이는 협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 제안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얘기했다. 지속적 논의를 할 것이며 협의체에서 2026년 증원 문제도 적극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은 협의체가 '예상대로' 입장차 확인만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화요일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 이는 의학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행위이자,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며 "전공의는 의사가 아니라는 더불어민주당과 박희승 의원의 발언도 심각한 문제지만, 여당과 한동훈 당 대표 역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의료개혁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성명에서 "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만 2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다. 앞으로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재정 지원을 장담하고 있으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될지는 매우 의문"이라고 짚었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전공의 지원 사업 예산을 931억 감액해 의결한 사실을 대표적 예로 들었다.
서울의대교수 비대위는 "전공의 수련 과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전공의 개인이 아닌, 필수의료와 국민 건강을 위한 투자임을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충분했다면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처럼 정부가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하면서, 벌써부터 정부가 약속했던 재정 지원에 대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