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 비대위원장 "의료계 불통 집단으로 만든 정부 책임자 문책부터"
"협의를 가장한 협의,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 비판
지난 2월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정책 이후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학생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뭘까.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의협 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 이후 의료 현실은 '시한폭탄' 속에 놓여있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여러 정책을 시행했는데 지역의료는 오히려 파탄 지경에 놓였고, 내년 1월이 되면 신규 의사가 배출되지 않아 지역의료에 또 다른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의 중심병원을 내걸고 있지만 그 전문의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교육 영역에서도 급증한 학생들을 가르칠 해부학, 생리학 교수가 없고 임상실습에서도 늘어난 학생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는 "정부는 이 시기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급격한 의대 증원은 10년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며 "정부는 어떤 실효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시한폭탄들에 대해 정부가 냉정히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해결이 어렵다. 정말 의료계와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대화를 위해서는 의료계를 불통 집단으로 만든 정부 관계자에 책임을 묻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협의하지 않고 의협과 19차례나 협의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사실과 다른 보고를 한 관계자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등 행정명령으로 전공의의 기본권을 침해한 관계자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했던 경험을 꺼내 정부를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증원 규모는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라며 "돌이켜 보면 정부는 협의체에서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었다. 정부는 협의의 외피를 만드는 작업을 했고 이를 이용해 국민에게 의협을 불통 집단으로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라며 "협의라는 것을 이렇게 악용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정부를 믿으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협의를 가장한 협의는 정부의 알리바이용으로 사용될 뿐"이라며 "대통령은 진정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길 간곡히 청한다"라고 호소했다.
박형욱 위원장은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신뢰회복 조치는 기본이고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여러가지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양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제3의 전문가의 객관적 판단을 구해보자 이렇게 해결을 모색해 가면 되는 일이었다"라며 "불행하게도 정부는 상식적인 대화를 전혀 하지 않았다. 결자해지다.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여당 발 협의체 참여 문제는 전공의와 의대생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원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현재 여야의정협의체 진행 상황을 볼 때 과연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