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러한 공허함과 부재, 환멸과 절망은 그에게 꽂히기 일쑤다. 주인공은 스스로를 벌하면서 자신을 넘어서 사회를 폐기해야 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의 귀를 잘라 예술로 보여준 고흐처럼 그도 '귀를 자르고', '섹스를 거부하며' '펄펄 끓는 피 그대로 마감하고 싶다'고 되뇌이는 것이다.
결국 절망속에서 '몸을 던져서라도 핏빛 황혼의 터널 속으로 가는 열차를 세워야 한다'고 결연히 의지를 다진다. 그는 이처럼 극단을 생각하면서 불감증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고, 한편으론 우리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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