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백성희 교수팀 'KAI1' 유전자 암 전이 억제 규명
영국 네이처지 발표, 2년안에 가시적 연구 결과 전망
서울대 생명과학부 백성희 교수팀(김정화·김보규·최희준)이 'KAI1 유전자'가 암 전이를 억제한다는사실을 최초로 규명, 암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백 교수는 "KAI1 유전자의 암 전이 억제 기능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암전이 억제가 Tip60 및 베타카테닌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Nature) 14일자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암전이는 암세포가 혈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다른 장기로 암을 퍼뜨리는 현상으로, 세포 부착·이동·혈관 생성·유전자전사·세포신호전달 등의 과정을 거쳐 결국 생명을 앗아가는 암의 마지막 주요 단계.
암전이 과정에는 전이 억제유전자가 존재해 암전이가 진행되는 것을 억제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시됐으나 역할이나 기전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백 교수는 "KAI1이라는 유전자가 정상조직이나 전이 이전 단계의 암조직에서는 잘 발현되지만, 전이단계의 암에서는 그 발현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점에 착안해 KAI1 유전자가 암전이 억제유전자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밝히기 위해 연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팀은 암전이 실험을 위해 전이단계의 전립선암세포주(LNCaP)와 이 세포주에 KAI1 단백질을 발현시킨 세포주(KAI1/LNCaP)를 만들어 실험용 마우스에 각각 주사했다. 실험결과 KAI1 단백질을 발현시킨 쥐의 경우 KAI1 단백질을 발현시키지 않는 쥐에 비해 폐전이의 빈도가 현저히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 교수팀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 KAI1 유전자가 암 전이를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중요한 유전자임을 확인했다.
백 교수팀은 이러한 동물실험을 토대로 KAI1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이 조절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정상상태의 전립선세포주의 전사조절 기전과 전이단계의 전립선암세포주의 전사조절 기전을 비교한 결과, 정상 마우스에서는 전사활성인자인 Tip60이 기능해 KAI1 유전자가 암전이 억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 반면, 전이단계의 전립선암세포주에서는 Tip60 단백질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KAI1 유전자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백 교수는 "전이단계에서 베타카테닌이 증가하면 Tip60이 감소하여 KAI1 유전자가 정상적인 기능을 못하게 되므로 암전이가 촉진되고, 반대로 베타카테닌이 감소하면 Tip60이 증가해 KAI1 유전자가 정상 기능을 함으로써 암전이가 억제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주도적으로 지원한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암센터 암정복추진기획단의 김창민 단장은 "암 전이 과정을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표적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발굴했다는 것은 날로 치열해 지고 있는 BT(생명과학) 경쟁에서 특정 분야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향후 암 전이와 관련한 신개념의 유전자치료와 항암제 개발시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암정복추진기획단 관계자는 "현재 기획단은 암 정복과 관련한 미래도전과제를 비롯해 여러 과제에 집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2년 이내에 가시적인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