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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아체시티 7] 그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쓰나미&아체시티 7] 그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5.07.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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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밤 깨다방 진료캠프 앞마당에 모인 4차 의료지원단ⓒ의협신문
마지막 밤 깨다방 진료캠프 앞마당에 모인 4차 의료지원단ⓒ의협신문

비행기가 이륙했을 때 마치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듯 열흘간의 일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자카르타에 도착한 첫날 후텁지근한 적도의 열기 속 어둠침침한 가로등과 이국적인 야경.

다시 아체주로 넘어갔을 때 공항 벽에 너덜너덜 붙어있던 실종자 전단과 그 전단지 속의 애절한 사연들.

깨따방 캠프에 겨우 짐을 풀고 첫 환자를 보던 순간의 기쁨과 쓰나미가 핥기고 간 반다아체시의 참혹한 모습. 그리고 버려진 시신들과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아체인들.

인상 깊었던 우리 의료진의 활동.

늘 장난스럽기만 했던 김주경 단원(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총장)은 진지한 모습의 의사로 변신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고, 술 좋아하던 박창현 단원(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장)은 다리 살점이 반이나 날라 간 환자를 돌보느라 몇 시간째 굶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서정성 단장과 임동권 단원(문산밝은안과원장)은 의료지원단의 각종 업무들을 총괄하느라 난민촌으로, UN회의 참석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김정은 단원(연세의대 의료법학과)은 영어가 서툰 우리들을 대신해 몇 시간씩 진행되는 UN 회의에 참석해 결국 서울에서 보고할 자료를 한 뭉텅이나 옆구리에 끼고 귀국해야 했다.

평소(?)와는 달리 진료실에만 가면 너무나 능수능란했던 서 존 단원. 처음으로 IV와 IM을 놓는 손맛을 봤다는 신현영 단원(가톨릭의대 본4)과 안상현 단원(충남의대 본2), 한정규 단원(가천의대 본3).

갑작스러운 고열로 말라리아 우려증에 걸려있던 우리를 걱정시켰던 허준 단원(전남의대 ). 우리 팀의 멋쟁이 'muscle man' 최호천 단원(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1년),

하루 종일 깨따방 캠프의 외과파트를 혼자 맡아 엄청난 노동량을 소화한 김태호 단원(국립의료원 안과)과 심재준 단원(삼척병원 내과). 이동진료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김대성 단원(대한전공의협의회장). 봉사활동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박택규(성균관의대 )&문주현(가천의대 본4) 커플.

우리 의료진의 온갖 잡일들을 묵묵히 맡아 주었던 박지연 단원(대한전공의협의회 사무국).

알고보니 모두 훌륭한 의사였다.

귀국 후 우리는 한동안 모든 세상사가 의미없게 느껴지고 하루 종일 멍한 상태가 반복해서 찾아오는 일명 '아체폐인증후군(4차 의료지원단이 붙인 병명이다)'에 시달려야 했다.

아체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우리 의료지원단과 각국의 지원단원들, 그리고 재난 속에서도 묵묵히 삶의 터전을 재건하던 아체인들의 희망찬 앞날을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그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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