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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인수발보장법안 "뒤로 돌아"

정부 노인수발보장법안 "뒤로 돌아"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5.11.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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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고경화 의원 "기형적 제도 고착화" 질책
의료계 "노인 입장서 새 판 짜자"·시민단체 "국회 통과 저지"
건사모·의료와사회포럼 공동 주최 19일 정책토론회 성료

▲ 19일 정책토론회에는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중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나라당 고경화(우측에서 두 번째)·열린우리당 김춘진(우측에서 네 번째) 국회의원이 지정토론을 벌여 눈길을 모았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노인수발보장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부실한 건강보험제도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건강사회를여는모임과 의료와사회포럼은 19일(토) 오후 4시 서울대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노인요양보장제도의 쟁점 및 방향' 주제 정책토론회를 공동 개최하고 정부의 노인수발보장법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국회의원·시민단체·의료계 등 각계 전문가들은 노인수발보장법 시행을 서둘지 말고 충분히 문제점을 검토·보완한 뒤에 실시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건사모 이규식 운영위원장(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역사회 자원을 모두 활용할 수 있고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 조직을 사업관리 주체로 할 것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보건소를 사회복지과와 통합해 보건복지사업소를 설립하고, 읍·면·동 사무소의 기능개편을 통해 수발보장제도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수발보장제도 시행과 더불어 건강보험에서 규정되지 않은 왕진(방문진료) 등의 급여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단을 관리자로 하는 현재의 모형과 지자체를 관리자로 하는 대안을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뒤 결과를 평가해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단 법안 제정을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각계 전문가와 단체 대표들은 노인수발보장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부분 "이대론 안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나라당 고경화 국회의원은 "전국민 의료보험이라는 표면적 성과를 위해 부실하게 시작된 의료보험처럼 정부입법예고안 역시 제도시행 자체에 급급해 국민의 실질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요양보험의 성공 관건은 효율적 운영임에도 지금까지 비대한 조직과 방만한 운영으로 지적을 받아 온 건강보험공단에 또 다시 요양보험까지 맡기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다시 검토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여 나갔다.

고 의원은 "최근 자체 조직진단에서 476명의 인원 감축 요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마당에 요양보험까지 맡긴다면 조직은 더욱 비대화되어 효율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자체로 관리기구를 넘겨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도입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상당히 위험하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입법예고안의 전면 철회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가칭)를 결성, 정부가 발의한 노인수발보장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별도 법안 발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7월부터 노인요양보장제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는 경북 안동시청 사회복지사무소 이원진 복지사업과장은 네 달 동안의 사업 추진경험을 소개하면서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표현했다. 이 과장은 △1회 방문조사 후 등급판정 한계점 △의사소견서 발급 기관 확대 △의사소견서 항목과 평가판정조사서 51개 항목의 상이 △등급외 대상자 정부 지원 문제 △광역단체 예산 부담률 지정 필요성 등 현실에서 막닥뜨리는 문제점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장동익 대한노인의학회 이사장은 "장기요양서비스에서 우선시 돼야 할 점은 수용이나 간병의 개념이 아닌 노화나 질환에 의한 장애를 최소화 시키고, 부족한 기능을 정상화 시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며 "의료가 배제된 수발서비스로는 노인들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장 이사장은 노인복지의 완성은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사회복지사 등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협력할 때 이뤄질 수 있다며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정인과 기획이사는 "노인은 2~3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병세 급변을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의사가 참여가 배제된다면 실질적인 요양을 보장받을 길이 없다"며 "노인을 단순히 돌봐주는 형태로 운영되는 정부안은 치료지연 문제는 물론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기획이사는 특히 "고령과 만성질환에 의해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단순 복지서비스인 수발을 강조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지적한 뒤 "노인요양등급의 유효기간을 2년으로 장기화 하는 것은 노인을 시설에 단순히 수용하자는 취지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 이사는 "노인이 앓고 있는 만성질병의 악화를 방지하고 회복이 가능하도록 재활을 돕거나, 남아 있는 기능을 유지해 주며, 부족한 기능을 보조해 주기 위해서는 의료·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수정,보완한 후 최종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 박하정 노인정책관은 "부족한 인프라와 국민의 부담능력을 고려해 중증 노인에 한 해 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제도를 설계했다"며 "보험료를 내는 인구가 줄어들고, 보험료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정에 대한 책임성과 제도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공단을 관리기구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노인정책관은"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발관리평가원을 신설하려는 것"이라며 참석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의료의 참여문제와 관련해 박 노인정책관은 "방문간호시 의사소견서를 반드시 첨부토록 하고, 방문간호시설 개설 때 의사지시서를 첨부하도록 정리한 바 있다"며 "결코 의료법을 추월해 혼선을 빚으면서 수발보장법을 만들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는 건사모 이상광 공동대표(숙명여대 교수·법학)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열린우리당 김춘진 국회의원·한국사회복지사협회 박용오 사무총장·대한간호협회 윤순녕 부회장 등이 열띤 지정토론을 펼쳤다.

건사모 문옥륜 상임대표는 "노인요양 시범사업 과정에서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고려해 볼 때 솔직히 우리의 역량이 부족함을 느낀다"며 "발상의 대전환이 없이는 당면한 노령사회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의료와사회포럼 박양동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치매와 중풍으로 구생하는 노인 환자와 가족이 부딪치는 현실은 연속적이고 한 몸체인 사건인데 반해 이에 접근하는 시스템은 의료와 수발이 각각 분리돼 있다"며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가 중심이 되어 자격과 등급을 1차 판정해 수발시스템으로 인계하는 것이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의 입장과 효율성 측면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이건희홀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이구동성으로"서비스를 받고, 돈을 내야 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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