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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위험한복지후생…4만명단체접종

현대중공업의 위험한복지후생…4만명단체접종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7.10.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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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인당 4000명 접종…안전성 문제 '심각'
울산 전지역 개원가 독감 백신 접종수익 상실될 판

울산 현대중공업이 전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4만여명에게 무료로 12일 동안(15~26일까지) 인플루엔자백신을 접종하고 있어 백신접종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단체예방접종은 단기간에 많은 사람을 접종해야 하는 특성상 정확한 예진이 어려워 접종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해부터 안전성의 문제를 들어 단체예방접종을 지양해 줄 것을 전국 보건소와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3년간 접종 관련 25명 사망 추정...단체예방접종 사고 위험성 높아

현재 현대중공업은 12일 동안 2만5천명의 임직원과 1만5천명의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백신접종을 계획하고 있다. 임직원은 전액 무료며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는 접종값의 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접종은 회사 내 6곳에서 퇴근 직후인 오후 5시 30분~7시 30분 간에 이뤄진다. 단순계산에 따르면 한 시간에 1500명을 접종해야 하고 1곳당 하루 500명을 접종해야 하는 셈이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단체예방접종 혼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체예방접종을 담당하는 의료진의 규모도 문제다.

이번 단체예방접종은 울산대병원과 대한산업보건협회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중공업측은 직원 예방접종에 투입된 의료진이 총 4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의료진 1명당 1000명을 접종하는 셈이며 의료진 중 의사가 많아봤자 10여명을 넘지않을 것으로 것으로 예상돼 의사 1인당 대략 4000명 이상을 접종해야 할 상황이다.

물론 접종 대상자 4만여명 중 실질적으로 접종받는 사람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대규모의 단체예방접종이 될 것은 확실하며 예진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은 뻔하다.

김육 대한내과개원의협의회 공보이사는 "단체접종의 경우 과거 접종력이나 알러지 등의 이상반응을 스크리닝하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수백명을 한꺼번에 접종하다 보니 혼잡한 환경에서 의료진의 실수로 인한 감염이나 주사기 오염같은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 경제력 11위에 이르는 OECD 가입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접종자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혀를 찼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4~2007년 9월까지 인플루엔자백신예방접종 전후로 사망한 사례가 7건이 있었으며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을 포함해 예방접종 전후로 사망한 사례가 25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팀은 우리나라의 경우 예방접종 이상보고율이 미국의 경우보다 40%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어 숨어있는 접종 관련 사망 또는 이상건수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접종 대상자의 0.001%가 접종 후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OECD가입국이 단체예방접종은? 저열한 의료문화에 씁쓸

해마다 되풀이되는 단체예방접종을 근절할 수는 없을까? 정답은 없다. 이미 대한의사협회와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각 지역의사회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단체예방접종을 지양할 것을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의료단체들에 당부하고 있지만 듣지 않으면 그만이다.

현행법상 단체예방접종의 경우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여서 일정한 자격기준을 갖춘 의료기관은 신고만으로 단체예방접종에 나설 수 있다. 특히 몇몇 비영리법인과 보건의료단체들에게는 단체예방접종을 1년에 한 번 있는 특수로 인식하고 있어 좀처럼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울산 현대중공업의 단체접종도 울산시의사회가 지난 주부터 5개 구 보건소장들과 모임을 갖고 단체예방접종 지양을 당부하는 공문을 돌렸지만 허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재기 울산시의사회장은 "현대중공업과 같은 거대 기업이 무턱대고 하는 일을 지역의사회가 막기 역부족이었다"며 이번 단체예방접종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단체예방접종 나선 울산대병원 비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같은 단체예방접종을 막기 위해서는 접종을 하려는 측보다 접종받는 사람들에게 단체예방접종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의사가 없으면 단체예방접종이 불가능하므로 의사회의 효율적인 공조가 이뤄진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는 의견도 있다.

단체예방접종에 나서는 의사회원들을 윤리위원회 회부하거나 비슷한 방법으로 압박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단체접종에 나선 울산대병원측에도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있다.

전재기 울산시의사회장은 "현대중공업과의 특수한 관계로 인해 병원측이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마지못한 이해의 심정을 밝히기도 했지만 울산의사회의 한 개원 회원은 "울산대병원과 같은 대학병원에서 단체예방접종을 지원하는 모습은 좋게 볼래야 볼 수 없다"며 성토하기도 했다.

한편 단체예방접종으로 접종자의 안전는 물론,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시 동구 개원의들의 재정적인 타격도 상당부분 있을 전망이다.

주효섭 원장(주효섭소아과의원)은 "환절기를 맞아 인플루엔자 백신을 다량 들여왔는데 협력업체 직원까지 접종해 준다니 접종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겠다"고 밝혔다.

동구에서 개원 중인 한 회원은 "대략 백신접종기간에 의원당 3~4개월 동안 400~800만원의 접종 수익을 올려왔는데 동구는 물론 울산 전 지역의 백신시장이 얼어붙지 않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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