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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행위 : 판매인가 조제인가?

약사의 행위 : 판매인가 조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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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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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염승(대한가정의학회 보험이사)

과거에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원료물질로부터 의약품을 혼합하고 무게나 부피 등을 재어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조제라고 부를 수 있겠다(한약의 조제과정이 아직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자사전(daum사전)에는 '조제(調劑)'를 '여러가지 약을 적절히 조합하여 한 가지 약제(藥劑)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는 제약회사에서 이미 일정한 함유량을 갖는 정제나 캡슐 등의 형태로 의약품을 생산하여 제공하기에, 고전적인 의미의 조제를 약사가 행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약사는 의약품을 약국에 보관, 관리하며 의사의 처방이나 환자의 구매 요청에 따라 (전문의약품의 경우, 조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의미에서 보면) 의약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31일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2007년 1/4분기 진료내역'을 바탕으로 전국의 1만 7621개 의료기관의 호흡계질환과 근골격계질환 관련 처방건당 약품목수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처방 1건당 약품목수는 평균 4.13개로 나타났다.

즉, 약사들은 대체적으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처방 1건당 4가지 종류의 약을 환자에게 주는 셈이다. 4가지 종류의 약을 1회복용분씩 약봉지에 섞어서 주는 경우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섞어서 판매하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인데, 이들 나라에서는 판매하는 약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기 위하여, 각각의 서로 다른 종류의 약은 품목별로 별도의 용기에 나누어 주고 용기의 겉표면에 약의 이름과 복용방법을 기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약의 판매를 준비하는 과정일뿐 조제행위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1회복용분의 약을 한봉지에 섞어주는 행위는 각각의 개별 약품을 혼합하여 새로운 효능을 갖도록 변형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또한 조제라기보다는 약의 판매에 해당된다.

의약분업의 시행에 따라 약사법 제2조에, 조제의 정의가 신설되었는데, 법에 따르면, '조제'란 '일정한 처방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한 가지 의약품을 그대로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어서 특정한 용법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약제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4가지 종류의 약을 각각 다른 종류의 용기나 비닐포장에 품목별로 포장하여 환자에게 주었거나, 혈압약 같은 단일한 약품을 포장해 주었거나, 연고나 안약을 완제품의 형태로 환자에게 주었다면, 이는 법에서 정한 조제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판매행위에 해당하는 이러한 행위를 조제로 보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조제료를 지급하였다면 이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약사들의 약의 판매행위에 조제료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건강보험재정(연간 2조원)을 낭비하고 있다.

약의 판매행위에는 일정부분 약가 마진을 인정하여, 이를 토대로 약국을 운영토록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지, 이러한 행위에 고가의 조제료를 책정하여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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