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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짜리 지정기탁제…학회의지가 열쇠

반쪽짜리 지정기탁제…학회의지가 열쇠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2.2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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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외자사 제약협회 탈퇴…제도 회피 목적인 듯
제약협 "학회가 나서면 해결", 의학회 "개별 학회 판단 문제"

'지정기탁제' 시행을 앞두고 이 제도를 추진중인 제약협회의 회원사와 비회원사 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정기탁 대상인 학회측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외자사 협회 탈퇴…국내사 역차별 논란

제약사가 학술단체에 찬조금 등을 지원할 때 반드시 제3자를 통하도록 하는 '지정기탁제'가 26일부터 시행된다. 제약협회와 대한의학원, 대한의학회 내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 등 3자 합의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제약협회 회원사가 아닌 경우 이 제도를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자 학회지원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는 일부 메이저 외국계 제약사들이 서둘러 제약협회를 탈퇴했다. 지정기탁제 틀 안에 들어갈 경우 지원 금액 및 방법에 장애물이 생길 것을 우려한 처사로 풀이된다.제약협회 회원사만 '규제'를 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제약협회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회원사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비회원사가 지정기탁을 하지 않을 경우 공정위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제약사가 학회에 거금의 찬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부당고객유인행위일 수 있다는 공정위 판단을 믿고 하는 소리다. 그러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인 KRPIA 소속사들도 이 틀 안에 들어오길 정식 제안한다"고 제약협회는 밝혔다.

"학회가 '지정기탁제' 따르면 그만"

하지만 찬조금을 받는 학회측이 제약협회 회원 여부를 불문하고 '지정기탁'을 원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란 전망도 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중요한 학회들은 대부분 의학회 산하에 있는 만큼 이들이 외자사들의 '직접 지원'을 받지 않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측에 모두 속하지 않는 제약사-학술단체의 경우는 예외지만 상대적으로 비율이 적은 만큼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도 정착을 원하는 제약협회의 '바람' 정도로 들릴 수 있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메이저 학회들이 모두 포함돼 있는 대한의학회 측이 제도 안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김건상 대한의학회 회장은 "소속 학회측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 '(제도가 시행돼도)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이었다"며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흔들릴 것이며, 정말 좋은 제도라면 모든 제약사들이 일반적인 룰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회측은 제약협회와의 양해각서 체결 전날인 25일과 3월 18일 의학회 정기총회상에서 제도에 관한 세부내용을 회원 학회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양해각서 해석은 다소 '애매'

제약협회와 의학회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역차별' 논란은 기우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제도 정착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양해각서 내용이다. 제약협회가 사전에 공개한 양해각서 전문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 회원사는 지정기탁제 방식으로 한국의학원 또는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에 기부하기로 하고 (중략)"라고 명시하고 있을 뿐 '학계쪽의 회원 단체들도 그래야 한다'고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건상 회장은 "의학회는 제약사로부터 받은 기금을 원칙에 따라 관리하는 책임을 가지는 것이지, 누가 참여해야 하는가를 간섭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문구를 넣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정기탁제는 제약협회 회원사들의 '결의'에 의해 시행되는 것인 만큼 회원사에 대한 '강제성'을 명시할 수 있겠지만, 의학회측은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외자사 불참 논란의 경우) 소속 학회들도 자체 운영지침, 이사회를 가지고 있으므로 개별 학회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결국 제약협회 비회원사들이 자체 규정을 만드는 방법 등을 통해 직접 지원을 계속하고 학회들이 받아들인다면, 지정기탁제는 사실상 국내사들에게만 해당하는 반쪽짜리 제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정기탁제의 성패가 전적으로 학회쪽의 의지에 달린 셈이다.  

이에 대해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학회의 형태가 워낙 다양해 어디까지 지정기탁제 대상인가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앞으로 3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이런 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자사 배제 문제는) 이런 과정속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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