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미얀마 긴급구호 활동을 마치고

미얀마 긴급구호 활동을 마치고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02 11:0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성(미얀마 긴급구호팀원 광주 아이안과원장)

미얀마 사이클론 사태가 발생한 지 50여 일이 지나면서 어느덧 우리에게 희미해진 기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못한 그곳은 여전히 고통의 신음 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6월 5일에서야 대한민국 긴급구호팀의 입국을 허가했다.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공습으로 초토화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는 양곤 곳곳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양곤국제공항을 둘러싸고 있던 나무들은 뿌리 채 뽑혀 나뒹굴고 있었고 반쯤 지붕이 날아간 집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간히 붉은 황토 사이로 드러난 건물들은 간판은 말할 것도 없고 함석으로 지붕을 올린 집들은 모두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담장들도 허물어진 상태였다. 주거지역은 이보다 훨씬 심각했다. 비포장도로 옆으로 나있는 배수로에는 오물들이 뒤섞인 채 흐르고 있었고, 나무판자와 수수깡으로 대충 얽어 놓은 집들은 거의 대부분 이번 태풍에 뜯겨져 나간 상태였다.

우리가 진료를 한 곳은 미얀마 양곤으로부터 약 3시간을 포장과 비포장 도로를 달려 도착한 쿤장곤 시내. 인구 11만4000여 명이 거주하는 이 지역은 지난 5월 사이클론으로 인해 1385명이 사망했으며 15명이 실종했고 주민 2~3만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또 전기와 통신이 두절돼 외부와의 연락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구호활동이 늦어지면서 모기로 인해 발생하는 뎅기열 등 전여ㅁ병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긴급구호대는 6월 7일부터 본격적인 진료에 나섰는데 주민들은 날이 밝기도 전인 아침 6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진료소 밖 굳게 닫혀진 문 앞에서 진료가 시작되기만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클론 피해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평소 의료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지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풍경이엇다.

사이클론 당시 다쳤던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냥 지내온 환자부터 선천적으로 질환이 있는데도 한 번도 진료 받지 못했던 환자까지 다양한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시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사이클론을 만난 환자르 만났다. 사이클론 당시 물이 차면서 대나무에 눈을 다쳐 염증이 생겼다. 그러나 주위의 병원도 물에 잠기고 교통이 두절된 상태라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던 것. 결국 그는 실명에 이르렀다. 다쳤을 당시 간단한 항생제만 있었어도 응급치료가 되고 실명까지는 이르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다.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급하게 긴급구호팀을 꾸리기보다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국제 보건의료재단 등 의료진과 협약을 체결,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는 구호팀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구호라는 측면에서 보면 항상 준비가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갑자기 출발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 준비된 팀이 있다면 그들에게 훨씬 현실적이고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도주의적 실천 아니겠는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