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공무원이 확인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경우

보건소 공무원이 확인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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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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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제61조 제1항의 문제점

▲ 박영만 변호사(산업의학전문의 메디컬법률사무소 의연)

최근 K원장은 잡지에 의료광고를 낸 적이 있다. 그런데 보건소 공무원이 찾아와 광고내용이 과장되었다고 하면서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확인서에는 K원장이 '잡지에 광고하면서 시술에 관해 과장광고를 했으며 부작용을 적시하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확인서는 공무원이 미리 문서로 작성해 가져왔으며 K원장이 서명을 할 수 있도록 아래쪽에 빈 칸이 마련되어 있었다.

의료법 제61조 제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명할 수 있고, 관계 공무원을 시켜 그 업무 상황, 시설 또는 진료기록부·조산기록부·간호기록부 등 관계 서류를 검사하게 하거나 관계인에게서 진술을 들어 사실을 확인받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은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이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 부과는 물론 업무정지까지 시킬 수 있다.

헌법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행정기관에서는 위 의료법 조항을 근거로 의료인에게 법령위반사항을 인정하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약사법 제69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관계공무원은 의약품을 취급하는 업무를 하는 장소에서 시설·서류·물건을 검사하고 관계인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의료기기법 제28조 제1항에서도 '관계공무원은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장소에 출입하여 그 시설·서류·물건을 검사하고 관계인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유독 의료법에서는 공무원이 의료인에게 "사실을 확인"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것도 "진술을 들어" 사실을 확인받는다는 말이지 확인서에 서명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데도, 현실에서는 의료인 자신에게 형사상, 행정상 불리한 진술이 기재된 서면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한편 의료법 제61조 제1항에서 공무원이 제한 없이 의료기관의 시설과 서류를 검사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 헌법에서는 수사기관 등이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가 신청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에서는 의료법을 근거로 아무런 제한 없이 의료기관에 와서 서류를 수색하고 이를 영장 없이 압수하거나 사본을 가져가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61조 제1항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게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는 법조문만으로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즉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요건이나 절차에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의 시설 등 영업비밀과 환자의 비밀 등을 보고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러한 규정은 의료인과 환자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식품위생법 제17조에 따르면 시·도지사 및 구청장 등은 "식품 등의 위생적 관리 및 영업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관계인에게 보고하도록 명하거나 관계공무원을 시켜 영업장소 등에 출입하여 식품·영업시설·서류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 식품위생법에서조차 일정한 요건 하에 명하는 보고와 검사를, 의료법에서는 행정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아무런 제한요건도 없이 보고를 명하고 검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법 제61조 제1항에 위와 같은 문제점이 있으므로,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의료인에게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의료인이 했던 사실행위만을 직접 듣고 기록하는 방법으로 위 의료법 조항을 운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함부로 의료기관을 수색하여 서류를 압수하거나 그 사본을 가져가는 것도 삼가야 할 것이다.  ☎ 02-598-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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