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법원 "의사는 허가기준 넘는 약제 쓸 권리있다"

법원 "의사는 허가기준 넘는 약제 쓸 권리있다"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06.03 18:5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싸이토텍 임산부에 처방토록 방치' 국가상대 소송 패소

의사가 의약품을 허가 기준 밖의 용도로 사용해 피해를 입었다며 의사의 의약품 사용을 통제하지 못한 책임을 국가에게 묻는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의학적 근거가 있다면 의사는 허가 또는 신고 범위를 넘어서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부산지방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김동윤)는 산과(産科)용도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약제를 의사가 사용토록 방치해 자궁적출로 인한 부작용을 입었다며 산모 A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06년 9월 부산 동래구 소재 모 병원에서 유도분만을 권고 받고 자궁수축제로 처방받은 싸이토텍(성분: 미소프로스트롤 200ug) 1정을 복용했으며 출산 직후 다량의 산후출혈을 보여 싸이토텍 3정을 추가로 투여받았다.

그러나 출혈이 멈추지 않아 결국 자궁적출술을 받았으며 이후 하혈과 경련발작, 저혈압, 의식장애가 한 달 정도 지속되었다가 2주간의 의식혼돈 상태를 거쳐 현재 기억력 저하, 두통, 어지럼증, 피로감, 불면증, 시력저하 등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소장에서 "싸이토텍이 소화성 궤양용제가 아닌 산과적인 목적으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지 못했고, 제조사인 H사가 자궁출혈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은 임부에게 투여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싸이토텍이 산과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소프로스톨이 유도분만제 내지 자궁수축제로서 효능이 있다는 의학계의 보고가 있었으며,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미소프로스톨의 산과적 사용을 권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임상에서도 산과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산부인과 교과서 등에서도 산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의사는 그 고유의 진료권 또는 처방권에 따라 허가 또는 신고 범위를 넘어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산부인과의사들이 소화성 궤양용제로 허가된 미소프로스톨정제를 산과적으로 사용했다고 하여 식약청이 이를 금지도록 통보하는 등의 조치 이외에는 달리 취할 수 있는 뚜렷한 조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법이 의료계와 국회에서 뜨거운 논란에 싸여 있는 가운데, 의사의 처방권이 의약품 허가·신고 기준에 구속될 수 없다는 판결이어서 의미가 크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