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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카바수술이다, 아니다' 논란 중 환자사망

[단독]'카바수술이다, 아니다' 논란 중 환자사망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2.10.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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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무책임한 태도 비난 "시술중단 했어야 했다"
판막성형술 받은 K씨 9월 사망..건대의료원측 "카바 아니다"

대동맥판막질환을 앓던 K씨(70세 남)가 올 9월 송명근 건국의대 교수로부터 대동맥 판막륜과 이행부를 카바링이라고 알려진 STJ링으로 고정하는 시술을 받은 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6월 고시를 통해 사실상 카바수술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K씨는 지난 9월 17일 대동맥판막 질환으로 건국대병원에 입원했다. 이틀 뒤인 19일 K씨는 송 교수에게 대동맥판막성형술을 시술받았다. 수술과정에서는 소위 카바링이라고 불리는 24mm STJ링을 대동맥 안쪽에, 30mm STJ링은 대동맥 바깥쪽에 고정하는 시술을 받았지만 수술 4일 후 K씨는 사망했다.

논란은 사망 이후 불거졌다. K씨가 받은 수술이 사실상 시술중단 결정이 내려진 카바수술이란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몇몇 심장판막 전문의들은 K씨가 시술중단 결정이 내려진 카바수술을 받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심장판막수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 A씨는 "K씨 수술은 카바링을 사용해 대동맥 판막륜과 이행부를 고정하는 카바수술이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 B씨 역시 "카바링을 이용한 카바수술"이라고 잘라말했다.

보건복지부 "고시위반이라 결정할 수 없다"..어정쩡

이렇듯 시술중단이 내려진 카바수술이 시술된 것으로 의심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배경에는 보건복지부의 미흡한 대응이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4개월 전 이미 카바수술로 의심되는 수술이 시술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대응을 미적거려 사실상 카바수술로 추정되는 수술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송 교수가 카바링을 이용한 수술을 계속하고 있다고 가장 먼저 지적하고 나선 곳은 다름아닌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평원은 올 4월 열린 카바수술 전문가토론회에서 카바수술 중단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최소 79건의 카바수술을 한 후 '대동맥판막성형술'로 건국대병원이 급여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청구된 79건을 카바수술로 판정한 후 급여비 지급보류 결정까지 내렸다.

심평원의 이날 발표는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송 교수가 카바링을 이용한 수술을 계속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의료계에서 꾸준히 제기됐었지만 구체적인 근거가 없어 의혹에 머물렀던 상황에서 심평원이 구체적인 수술자료까지 들이밀며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심평원의 발표 이후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아직까지 실효성있는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논란이 있는 수술이 계속되고 있지만 고시위반이라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말인데 그렇다고 카바수술이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것도 아니다.

"책임 안지려는 자세"..보건복지부 질타

보건복지부의 이같은 입장에 의학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의학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카바수술을 못하게 하니깐 송 교수가 꼼수를 부려 사실상의 카바수술을 강행하고 있는데 고시위반을 단속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송 교수의 대변인 역할이나 하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보건복지부는 카바수술과 관련해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에서 법률자문을 구했지만 법무법인들마저 송 교수의 수술을 카바수술로 봐야한다 혹은 카바수술로 볼 수 없다고 갈리면서 수술중단 조치를 하지 않았고 사실상 건국대병원측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만일 보건복지부가 송 교수의 수술을 카바수술이라고 판단했다면 의료법상 지도명령권을 내려 수술을 중단할 수 있었으며 수술중단 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K씨는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제2의 K씨들이 카바수술로 의심되는 수술을 계속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의 이같은 조치에 의학계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자세"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책임있는 정부라면 국민건강에 대한 위해가능성을 고려해 일단 논란이 있는 수술을 중지시키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전문변호사는 "국민건강에 대한 위해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논란이 있더라도 일단 시술을 중단시키는 것이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라며 보건복지부의 대응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술이 중단돼 송 교수나 건국대병원측이 입는 손해보다 위해가능성이 제기된 수술을 받다 피해를 입는 국민의 손해가 더 크며 더욱이 국민이 입는 피해는 회복할 수 없는 생명과 관계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보건복지부는 보수적 판단에 근거해 잠정적인 수술중단 결정이라도 내렸어야 했다.

더욱이 심평원이 카바수술일 수 있다며 급여보류 결정을 한 것으로 보아 송 교수의 수술이 카바수술이라고 볼 근거도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심장학회, K씨 사망사고 조사 촉구 예정

다른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의 결정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바수술과 관련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제기한 안전성 논란 중 하나는 카바링을 고정한 자리에 협착 가능성과 염증발생률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었다.

논란이 된 수술들이 건국대병원측의 주장대로 카바수술이 아니더라도 카바링을 사용한 수술이었던 만큼 시술을 방치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있었더라면 논란이 된 K씨의 수술도 막을 수 있지 않았었냐는 아쉬움섞인 목소리도 높다.

대한심장학회는 K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에 적극적인 조사와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K씨의 사망원인은 현재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건국대병원측은 K씨가 받은 수술이 카바수술이 아닌 대동맥판막성형술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카바링을 사용했다고 모두 카바수술로 봐서는 안된다며 보건복지부의 수술중단 고시를 어긴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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