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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2014년 신년 망상

청진기 2014년 신년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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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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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 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 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 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야권 다선 국회의원의 손녀딸과 복지부 고위급 인사의 아들이 구정 연휴 기간에 각각 모 병원 응급실에서 당직 근무를 하다가 행패를 부리는 환자에게 폭행을 당하자 의료행위방해금지법이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입법 통과됐다고 합니다.

의사 1인 당 전담 경찰을 배치해 앞으로는 응급실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오로지 환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또한 공권력이 진료 현장에 밀착 상주하는 만큼 아동청소년보호법 중 의료인에 관한 과도한 법 조항도 조만간 폐기될 전망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와 상관없이 원격의료의 개념에 대해 자체적으로 재검토를 한 결과, 우리나라처럼 문만 열고 나서면 동네 의원이 차고 넘치는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신 KOICA(한국국제협력단) 주관으로 남태평양 파푸아 뉴기니를 포함한 도서 지역과 남미 브라질 아마존 열대 우림 지역,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몇몇 재벌기업들의 협찬을 받아 화상진료에 필요한 장비와 팔찌 형 건강상태 모니터링 장비 일체를 무상 제공하는 원격의료 국가 간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해 세계 의료계 및 아이티 산업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런 것이 글로벌 리더십이며 국제적 기여이며 진정한 창조경제"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동시에 국내 아이티 업계 및 의료장비 관련 주식은 폭등을 하고 미국 구글·애플사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드디어 부실 의과대학들이 퇴출됩니다. '금쪽 같은 우리 아이들이 의사되어 활동할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 협의회(금아의걱엄협)'는 학생들끼리 모여 암기 위주의 자율학습만 하고 임상실습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의사가 되어 늘 불안에 떨며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을 가슴 졸이며 지켜 볼 바에야 차라리 의과대학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신 학생들의 희망을 짖밟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한 의과대학은 사기죄로, 아울러 그런 의과대학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교과부와 복지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대한전공의 엄마 협의회'도 결성될 움직임이 감지돼 병원협회가 잔뜩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역시 엄마의 힘! 우리나라를 움직입니다.

보건복지부는 특별 담화를 통해 선진국형 보건의료 방안 3종 세트를 발표했습니다.

첫째 의사는 의학적으로 무리하고 부당한 환자의 요구를 거절할 책임과 권한을 명시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아울러 이를 요구한 환자 명단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 이후 보험 혜택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 기대됩니다.

둘째,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가체계를 올 상반기 안에 완전 해소하기로 했습니다.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지난 13년 동안 실패한 의약분업을 통해 불필요하게 줄줄 새어나간 재정과 제약회사 등의 판매촉진비 부분을 합치면 오히려 남아 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또한 리베이트 쌍벌제 역시 애당초 과도한 입법이었으며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어진 만큼 폐지할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절대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무책임하고 이해당사자를 현혹시키며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져 불안에 떨게 하는 사기성 농후한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한병원협회도 병원경영의 발목을 잡던 저수가 해결을 환영하며 앞으로는 보다 많은 의사 인력을 충원할 것이고, 더 이상 전공의나 전임의의 살인적인 업무 부담과 저임금은 없을 것이고, 순차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외래를 축소해 1·2차 의료기관에서 의뢰된 환자만 진료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본연의 역할인 교육과 연구에 충실할 것이라고 발 빠르게 발표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가가 현실화되고 투명성이 제고된 만큼 이 참에 회원의 의무인 회비 납부 문제를 조심스레 꺼내 들었습니다. 전문의인 경우 의사협회와 지역의사회, 그리고 소속 전문학회 연회비를 합해 캐나다 수준인 1000만원 선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통해 의료 선진국의 의사회처럼 외부의 협찬이 없이도 능력과 경륜을 겸비한 전문·상근 직원들을 대폭 충원해 오로지 회원들의 권익과 미래 한국 의료를 위해 보다 내실 있는 비전 및 정책 제안과 법리 검토의 산실로 거듭 날 것을 기대한다고 합니다.

토막 뉴스입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의사협회 회관을 역사적인 사적지로 지정하고 개보수 없이 현 상태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2014년 활기차게 내달리는 말띠 해가 열렸습니다. 원고 청탁을 받고 나서 새해 첫 글이라 밝고 희망 찬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써야 한다고 다짐을 하고 궁리를 해봤습니다. 텅 빈 머리로 깜빡이는 커서만 쳐다 보며 당황스러웠습니다.

언제부터 소소하고 잔잔하고 미소를 지을 만 한 편안한 생각과 느낌이 내 머리 속에서 다 사라진 것일까? 언제부터 분노와 불안과 거친 생각들로 내 머리 속이 가득 채워졌던가? '1999년 11월 장충체육관부터'인 것은 확실합니다.

아무쪼록 모든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안녕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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