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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인플루엔자, 그냥 독한 감기 아닌가요?

청진기 인플루엔자, 그냥 독한 감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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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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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식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엄중식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필자는 이 글을 인플루엔자로 자택격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쓰고 있다. 지난 12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하던 중에, 결국 감염이 되고 만 것이다.

감염내과 전문의의 직업병이라 할 수도 없고, 지난 가을에 맞은 백신이 효과가 없었다라고 할 수도 없고, 인플루엔자 전파 예방을 주관하는 입장에서 부끄럽기도 한 복잡다단한 심정이다.

진료실에서 인플루엔자 진단을 내리면 환자들은 참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통칭된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겪은 후 질환 이해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인플루엔자를 독한 감기 정도로 알고 있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의사들도 인플루엔자의 위협적인 영향을 저평가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플루엔자는 감기와는 완전히 다른 병이다. 기침·가래·콧물·인후통 등의 호흡기 증상과 발열·오한·두통·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이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인플루엔자는 증상의 시작된후 진행이 매우 빠르고 증상의 정도가 감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하다.

인플루엔자가 감기와 가장 다른 큰 병리적 특징은 상기도에만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하기도에도 감염돼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자체로 폐렴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5세 이하의 어린이, 65세 이상의 노인, 만성심장질환, 만성폐질환, 만성간질환, 만성신장질환, 임산부, 장기요양시설에 입원 중인 환자, 종양질환환자 등은 인플루엔자에 감염이 되면 폐렴 합병증으로 입원을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는데, 그 기간에 만성폐질환이나 만성심장질환을 가진 환자의 사망률도 증가한다.

외국의 문헌에 의하면 만성적인 심장질환과 폐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의 경우 인플루엔자에 이환돼 폐렴이 발생하는 경우 사망률이 건강한 성인에 비해 870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인플루엔자 유행기간에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혈관 합병증이 증가한다는 것도 증명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인플루엔자는 감기와는 완전히 다른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한편, 인플루엔자의 유행은 경제활동인구의 장기 결근을 초래하여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며 앞서 언급한 고위험군 치료에 필요한 의료비용의 상승 등으로 국가적 부담을 유발한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유행 전에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백신접종을 해야 하며, 유행기간에는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의 경우 65세 이상 국민은 보건소를 중심으로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있어 백신 접종률이 70~80% 이상 높은 편이다. 그러나 장기요양시설에 입원 중인 고령 환자의 경우 백신 접종률을 확인할 만한 통계가 없으며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백신지원도 없는 상태이다.

이는 65세 미만의 다른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성질환이나 면역저하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인플루엔자 백신의 필요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가에 따라 백신접종 양상이 달라진다.

물론 이들에 대한 국가의 백신 지원도 없다. 그런 면에서 이런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범위한 백신 지원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플루엔자 치료제에는 Oseltamivir(상품명 타미플루·경구제), peramivir(상품명 페라미플루·주사제), zanamivir(상품명 릴렌자·흡입제) 등이 있다. 문제는 유행 주의보가 발령한 이후나 검사에서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된 고위험군 대상으로만 보험급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라는 것이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실제보다 늦게 주의보가 내려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이를 비급여인 본인부담으로 처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검사한다 해도, 현장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유용한 방법이지만 민감도에 제한점이 있고 의료기관 형태나 상황에 따라 여건이 안 되는 곳이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일부 인플루엔자 환자 중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있거나 입원 중인 환자에서 인플루엔자가 발병한 경우에는 반드시 1인실 격리를 해야 하지만, 격리실에 대한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는 환자의 비용 부담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비용 부담에 따른 입원 지연으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게 된다. 이는 인플루엔자의 원내 유행 조절을 어렵게 하여 입원 중인 고위험군 환자로의 전파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위험군의 감염을 막아 폐렴 합병증을 예방하고 인플루엔자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바이러스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보험급여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는 독한 감기가 아니다.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사망에도 이를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심각한 질환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국민들과 의료인들 모두 쉽게만 불리는 '인플루엔자'에 더욱 강한 경각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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