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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청진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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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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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 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 홍성수(연세이비인후과 의원 의료윤리연구회장 )

개봉하던 날 어중간한 시간에 단 1회만 상영하는 극장에 관객은 초라할 정도로 드문드문 앉아 있고 퇴장할 때도 대부분 무표정이거나 후회하는 기색이다.

요즘 기준으로 꿈도 희망도 한바탕 웃음도 없고, 거친 액션도 없고, 압도적인 스케일이나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동시에 다루는 소재마저 비주류(minority) 1980년대 에이즈 환자이다 보니 대박은커녕 흥행과 거리가 한참 먼 독립영화 계열이다(영화를 보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리실 겁니다).

이 영화에서 론 우드럽 역의 메튜 매커너히와 레이언 역의 제라드 리토, 두 주인공은 각자 맡은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거의 20킬로그램의 체중을 줄였다고 한다. 권위 있는 유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조연상 후보에 올라 있고 이미 골든 글로브 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게이(gay)를 혐오하는 마초 론과 게이라서 서글픈 레이언의 연기는 '필라델피아(Philadelphia, Jonathan Demme 1993)'의 에이즈 환자인 게이 변호사 역의 톰 행크스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 Mike Figgis 1995)'의 알코올중독 영화극작가 역의 니콜라스 케이지에 필적할 만큼 몰입할 수 있고 소름이 돋는다.

개인적으로 이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만 하다고 강력 추천한다.

영화는 론의 방탕한 생활로 시작해서 에이즈 진단을 받고 살려고 별 짓을 다 하다 사업가로 변신, 자신의 치료에 대해 공부 하고 스스로 치료 방법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사회활동가로 변화해가는 7년을 담고있다.

 

주변 사람들의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혐오, 혐오하던 레이언과의 깊은 신뢰와 우정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환자 중심이 아닌 미국 의약품 관리 제도의 관료적 측면, 네 가지 구성이 얽혀 있다.

영화의 의학적 측면만을 간추린 줄거리는, 론 우드럽(Ron Woodroof, 1940-1992)이라는 실존 인물은 술·마약·도박과 섹스에 절어 사는 그렇고 그런 전기기술공이다.

1984년 우연한 기회에 중증의 에이즈 환자로 한 달 정도 살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과 사망예정 선고를 받자 필사적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1. 지금은 GSK(Glaxo-Smith-Kline)로 바뀐 Burroughs-Wellcome사가 개발한 AZT(Azidothymidine, Retrovir)의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임상 시험(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randomized clinical trial)2 소식을 접하고, 병원 직원을 매수하여 AZT를 복용하지만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뿐이다.

미국 의사면허를 박탈 당하고 멕시코로 건너가 활동하는 의사 바스(Vass)로부터 AZT는 HIV 감염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독이 되며, 술과 마약이 전반적인 면역력을 약화시켜 폐렴이 진행 중이니 투약을 중단하고, 대신 생활 습관을 바꾸고 ddC, protein Peptide T 사용을 권유 받아 3개월 후 상당한 증상 호전3을 경험한다.

이 경험을 토대로 월 400달러의 회비를 내면 약물을 공급해 주는 사업 즉,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번창하고 큰 돈을 번다. 1987년 3월, 20개월이라는 미국 식약청(FDA)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사용 승인을 받은 AZT4 측에서 온갖 압박을 가해 온다.

1987년 법정 공방에서 판사는 치료 약물 선택과 그 효과에 대한 우드럽의 비전문가로서의 집요한 개인적인 연구와 헌신 그리고 주장의 타당성5은 일부 인정이 되지만, 의약품 사용의 제도적인 측면에서 식약청이 승인하고 의사의 처방6이 있어야만 치료의 질 관리와 광범위한 선의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논지로 원고 패소를 결정한다.

레이온의 죽음으로 상심한 론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운영하지 않는다. 1992년 한 달 정도 살 수 있다던 그는 사망 선고를 받고도 7년을 더 살다 죽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들을 했다. 1. 난치병에 걸린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시간상의 절박함 2. 의약품의 임상 연구, 적응증, 유용성 그리고 사용 승인 허가 절차 3. 전통(traditional), 대체(alternative), 보완(supplementary)이라는 비제도권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인식, 검증 그리고 허용 범위 4. 감독 기관의 관료적인 승인, 허가권과 거대 제약 회사와 제도권 의료 시스템의 유착 관계 5. 의사가 아닌 일반인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그리고 수용 여부 6. 의사 처방권한의 배타성.

영화는 순전히 환자 론 우드럽의 입장에서 만들어졌고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미국 식약청이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내가 의사가 아니라 저 환자의 처지였다면 어떠하였을까' 역지사지해보면, '우리 의사들이 사회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으며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발휘하려면 두루 살펴야 할 일, 고민해야 할 일, 설득해야 할 일, 주장해야 할 일, 어떤 반대가 있어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구나'라는 사회적 책무를 느끼게 된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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