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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가치있는 삶과의 동행

청진기 가치있는 삶과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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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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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향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아크로마인드연구소 원장·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겸임교수)

▲ 송향주 박사(세연가정의학과의원)

몇 달 전 가슴 아픈 비보가 날아왔다. 수개월 전부터 알 수 없는 만성 피로와 때때로 우울감을 호소하던 친한 지인의 자살 소식이었다. 학문적으로도 많은 것을 이뤘고 사회적으로 돈과 명예를 남부럽지 않게 누리고 살았기에 주변사람들의 충격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무엇이 그의 인생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으로 끝나게 했을까? 인간적으로 인생의 목표를 많이 이뤘는데 그의 삶은 죽음을 선택 할 정도로 절대적 외로움이 컸는가?

인간은 풍요롭고,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원한다. 지구상의 100만 종이 넘는 동물 중에서 특이하게도 인간은 태어나서 일정기간 동안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어찌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동물들보다 약하게 운명이 주어진 것 같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의 노력은 인간을 이 지구별에서 가장 현명한 동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자식을 향한 부모 노력의 목적은 자식이 풍요롭고,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고, 이는 피부색깔이 다르더라도 사는 장소가 다르더라도 온 인류의 공통된 특성이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자연과 사회적 여건에 따라서 그 형태는 바뀌었지만 자식을 향한 부모 마음의 본질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풍요롭고, 충만하고, 의미 있게 살게 되는가? 우리는 성공적인 삶을 위해 어려서부터 입시지옥을 거쳐서, 취직난을 뚫고, 경쟁을 해서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갓 의사면허를 취득한 새내기 의사의 일성이다.

"나는 40대에 100억을 벌고,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내 한마디에 사회가 휘청거리게 만들고 싶다." 다부진 인생의 목표이다. 이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그리고 노력해서 45세에 이 목표를 완수했다고 하자. 그러고 난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시점이 되면 우리는 인생의 목표와 가치를 구분하게 된다. 이루고자 하는 돈과 명예와 권력의 크기는 목표이다. 목표와 함께 가지만 성격이 다른 것이 인생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가치는 이뤘다고 하지 않고 추구한다고 표현한다. 가치는 나침반과 유사하다.

나침반은 방향을 제시하고 여행하는 여정 중에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가치는 삶이라는 여행에서 이와 같이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에서 자리를 지키고 방향을 선택하기 위해서 가치를 사용한다. 따라서 가치에 기반을 두고 행동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동쪽별을 향해 가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얼마나 멀리 여행을 하던지, 우리는 절대 그곳에 도달할 수 없으며 그곳은 늘 더욱 가야만 하는 곳에 있다. 하지만, 목표는 여행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다. 목표는 우리가 동쪽별을 향해 여행하는 동안 힘들고 높은 산에 올라서 보려고 하는 경관이다.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목표이다. 성취되거나 완료된 후 성취목록에서 줄을 그어 지울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와 대비해 보면, 사랑하고 배려하기를 원하는 것은 가치이다. 가치는 결혼 이후에도 평생을 지속해야 하는 과제이고 삶을 통해서 그 가치의 방향으로 그렇게 행동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하고 배려하기를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결혼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대부분 결혼생활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생의 가치는 평생 동안 지속되고 모든 순간순간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기회를 준다. 가치는 우리가 늘 이용하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목표보다 더 많고 강력한 힘을 가진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가치에 맞게 행동할 수도 있고 가치를 무시할 수도 있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그러나 목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결혼의 목표를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든 사랑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가치에 맞게 행동할 수는 있다. 배우자가 없더라도 친구, 이웃, 가족, 애완동물, 화초, 그리고 물론 우리 자신을 향해서도 사랑과 배려를 쏟을 수 있다.

요사이 우리나라 의사는 비정상적인 집요한 사회적 압박에 더 이상 물러설 자리조차 없기 때문에, 의사가 사회적 행동을 취해야하는 서글픈 운명에 직면하게 됐다. 어떤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의사들의 공통 가치인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사랑의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으로서의 혼란이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한다. 이럴 때 일수록 가치를 상실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뜻을 모으는 지혜가 모아져서 하겠다.

가치 없는 목표달성은 멀리 보면 우리에게 더 큰 아픔을 초래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이 힘든 위기를 의업의 가치와 함께하는 목표를 갖고 우리 이웃을 충분히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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