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청진기 젊은 전공의들의 움직임 - 앞으로의 방향

청진기 젊은 전공의들의 움직임 - 앞으로의 방향

  • Doctorsnew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24 12:57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태훈 전공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R3)

▲ 공태훈 전공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R3)

1차 의정협의 결렬. 의사협회의 대정부 투쟁 예고. 총파업 시행여부 전체 의사 온라인 투표. 총파업 시행 결정. 정부 및 검찰의 강력한 처벌 예고. 대한전공의협의회 총파업 동참 예고. 전국 80여개 수련병원중 대부분의 병원에서 파업 동참 결의.

지난 3월 10일 의사들의 총파업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다. 특히 지난 총파업의 열렬한 참여를 이끌었던 젊은 피인 전공의들의 파업 바람은(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불과 이틀 전에 삽시간에 번졌다.

일부 대표와 비대위를 제외한 전공의들은 앞서서 목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가슴속에 가득한 현실에 대한 문제인식이 있었다. 개혁의 의지도 있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피부에 와닿는 의료계의 현실에 대한 문제 인식이었다.

3월 8일 토요일. 의협회관에서 대전협을 구성하는 각 대표들의 회의가 있었다.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 중에는 현실문제를 공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회의의 마지막은 '우리도 움직여야 한다'로 끝났다.

사전에 내부적 협의가 없었기 때문인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거나 동참하지 않는 병원이 일부 있었다. 그 대표들은 3월 10일 파업 이후 많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3월 10일. 젊은 의사 전공의들 중 '필수인력'을 제외한 인력들이 병원을 뛰쳐나왔다. 그러나 그 속에서 전날까지 함께 했던 환자들을 잊지 않았다. 각 병원의 외래나 수술이 시작되기전 아침 회진과 Dressing을 잊지 않았고 중환자실에서 지속적인 Monitoring과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을 잊지 않았다.

또한 로컬병원의 대규모 휴진을 우려해 몰려들 응급실 환자들을 잊지 않았다. 중환자실은 아니지만 일반 병실에서도 언제 발생하지 모를 arrest상황에 대비한 CPR팀도 그 환자들을 잊지 않았다.

국민의 목숨을 볼모로 한다, 생명을 담보로 의사가 파업을 한다는 식상한 비판들이 언론에서 난무했지만 의사들은 정작 국민의 목숨과 생명을 잊지 않았으며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을 볼모로 하지 않았다.

오히려 파업 중이었던 전공의들은 전날까지 이어진 막대한 업무와 수면부족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위해 헌혈차에 기꺼이 자신들의 팔을 내밀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파업이 아니었다.

의사들은 환자와 일 밖에 모르는 우리가 이 정도까지 해서 정부를 향해 외치고 있다는 것을,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정부와 사회가 인식하기를 바랐다.

각종 포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의사들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문가 집단의 독단적인 파업이 아니라 국민의 공감을 얻는 파업이었으며 이 공감은 대중을 향한 끊임없는 설명과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은 '상식적인 파업'이기에 가능했다.

파업 이후에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대형병원의 전공의들이 들고 일어나서 24일 총 파업부터는 참여하겠다고 줄줄이 선언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병원의 전공의 대표는 사퇴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공의들은 다시 묵묵히 제자리로 돌아가 2주간 의사들의 대표와 정부가 하는 협의 결과를 기다렸다.

그 와중에 24일부터 시작될 전면 파업에 대한 준비를 했고 청년의사 전공의 대표의 이름으로 원격의료 반대, 영리법인 허용 규탄, 건강보험의 왜곡된 수가 교정을 외치면서 전공의 수련환경까지 망라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24일부터는 필수인력까지 전면 파업한다'는 의협의 선언이 있었지만 전공의들은 각 과의 상황을 고려해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그리고 CPR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필자가 글을 쓰는 이 시점은 2차 의정협의안이 발표돼 전체의사 투표가 진행중이지만 파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과연 의약분업 이후 최근 14년간 지금 만큼이나 많은 의사들이 현 의료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면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시절이 있었을까.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몰랐거나 알고서 참아오지 않았는지.

이러한 관심과 정부를 향한 요구, 그리고 올바른 의료정책과 보건의료를 만들어가기 위해 의사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뒤이어 따라오는 국민의 공감이 필요하다. '원하는 것을 얻고 끝나는 파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과 견제, 공감이 필요하다.

정부에 전문가가 별로 없으니 그들은 잘 모른다. 의사가 아닌 국민들은 전문가가 아니니 잘 모른다. 모르면 알게끔 가르쳐 주도록 하자. 지속적인 관찰과 견제와 설명으로.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