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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전공의, 파업 이후 미래를 고민하다

'태풍의 눈' 전공의, 파업 이후 미래를 고민하다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1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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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전협 정책토론회서 네트워크 강화 한목소리…"임총 열자" 건의도

▲ 13일 대전협 주최로 열린 '젊은 의사, 의료의 미래를 말하다' 정책토론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용기내서 제안합니다. 작은 거 하나라도 뭔가 해보자고요."

윤정원 전공의의 당찬 목소리가 대형 강의실에 울렸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4년차, 가녀린 체구의 이 여의사는 "양심과 실력이 있는 의사이고 싶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총파업을 이끈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전공의들이 투쟁 과정에서 확인한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최근 영·호남 전공의단체가 출범해 지역별 결집을 강화한 데 이어, 투자활성화 대책 및 원격의료를 저지하기 위한 별도 모임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파업 이후 전공의들의 행보를 결정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3일 서울의대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토론회 '젊은 의사, 의료의 미래를 말하다'에서 진행된 자유 토론에서는 이전보다 적극성을 띤 전공의들의 다양한 고민이 묻어났다. 

"원격진료·영리자법인 막아낼 힘, 우리들에게 있다"

이날 '의료민영화가 전공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제한 윤정원 전공의는 "너무나도 많은 사안과 제도가 걸려 있어 막막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 하나는 명확하다. 정부가 비민주적으로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영리자법인이 허용되면 악화일변로로 갈 것이라는 점"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윤 전공의는 "현재도 대학병원 교수들에게는 매일 몇 명의 외래환자를 봤는지, 이번 달 수익 1순위 과와 교수가 누구인지가 문자로 날아온다. 소신진료하는 것보다 병원에 돈을 더 갖다줘야 인정받는다"며 "그런데 영리법인이 된다면 더 얼마나 심해지겠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자회사 법인 설립을 허용해 본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의사는 더 많은 수익을 내도록 압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과잉진료하는 것도 모자라 건강식품, 화장품을 팔아 병원에서 성과를 매길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윤 전공의는 "의료민영화를 막아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있는 것도 우리고, 막아야 하는 이유가 가장 큰 것도 우리들이다. 다들 자기 살 길 찾느라 바빠서, 이런 외침이 외면 받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흩어질 동안 잃는 것은 우리 전체의 미래"라며 전공의들의 연대를 제안했다.

21일 윤 전공의의 주도로 첫 모임을 앞둔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전공의 모임'이 그것이다. 

▲ 13일 정책토론회에서 장성인 회장(오른쪽)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공의 조직화·지역협의회 활성화 '소통의 열쇠'

이어진 발제에서 조병욱 전공의(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3)는 '의료제도와 전공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주제로 전공의들의 조직화 필요성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교수(스탭)나 전공의에 한정된 수련병원의 기형적 고용형태를 지적한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를 뜻하는 '호스피탈리스트 만병통치론'을 언급하면서 수련환경 개선책을 역설했다.

조 전공의는 "파업은 실제로 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조직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공의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족한 부울경전공의협의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김철수 전공의(고신대복음병원 내과 4)는 10일 대정부 투쟁의 성공 요인으로 전국 전공의대표자 밴드를 꼽으며 온·오프라인을 두루 활용한 소통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공의는 "전국 단위 전공의협의회는 아무래도 시간, 거리상 물리적인 제약이 커서 참여도와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출범 계기를 설명하면서 "지역협의회 SNS를 활성화하고, 개별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는 부울경 전공의 체육대회 등을 개최해 적극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파업 끝나고 어떻게…" 전공의 임총 건의 '급물살'

일부 전공의들은 투쟁 사태와 관련한 대전협의 행보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임시총회 개최를 건의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전공의가 파업이라는 수단을 썼는데, 의정협의안이 나오고 파업이 유보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대전협에서 다소 엉뚱한 행보를 보인 것 같다. 전공의들의 요구에 대해 소극적인 것 아니냐"며 "전공의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다른 전공의도 "전공의들이 앞으로 어떡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대전협 집행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 비판에 그쳐선 안 된다"며 임시총회를 열어줄 것을 주장했다.

장성인 회장은 "전공의들이 투쟁 과정에서 큰 결단을 내리고, 역할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 의료계 내부 상황이 상당히 복잡한 과정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며 "임시총회는 하겠지만, 개최 시기를 이 자리에서 못 박는 일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 '젊은 의사, 의료의 미래를 말하다' 정책토론회가 끝난 후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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