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의대정원 조사 "학생·현장 의견 '또' 패싱!"

3월 4일 의대정원 조사 "학생·현장 의견 '또' 패싱!"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2.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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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정부의 '답정너', 열흘 주고 졸속 요구…학생 의견은 어떡하라고?"
현장 의견 반영 못했단 아우성에도 본부에 공문 "정원수요 감축 어려울 것"

ⓒ의협신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2월 18일 기자회견 현장. 이날 전국 40개 의과대학 학장들은 의대정원 수요조사에서 무리한 자료가 제출됐음을 인정하고 정부에 증원 규모 재조정을 촉구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정부가 또다시 열흘 남짓 만에 의대정원 가능 규모를 써내라 요구하자 교육 현장의 시름이 깊다. 의대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만큼 학생들과 소통하며 교육 환경을 꼼꼼히 따져보고 싶으나 기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00명이라는 대규모 증원은 현재 의학교육 인프라로 감당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22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에 증원 수요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기한은 오는 3월 4일까지, 11일의 시간을 줬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6일 의대정원 수요조사 기한 연기를 요청했으나, 교육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번에 내는 (증원가능) 숫자가 지난번과 크게 다르다면 이상한 것"이라며 "제출 인원이 달라진다면 달라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물어보겠다"는 엄포와 함께다. 

A 학장은 "학생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가 '답정너'인 상태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의 대규모 동맹휴학으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려워진 만큼 소통과 설득이 중요한데, 정부가 그럴 여지도 주지 않고 무작정 제출을 요구해 곤란하다는 것이다.

A 학장은 "학생들의 반발이 강하다.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내지 말고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라 요구하고 있지만, 제출 기한이 4일까지라 한계가 있다"면서 "그렇다고 증원 규모를 아예 제출하지 않으면 대학 본부에서 이전 수요조사 자료를 그대로 낼 가능성이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학장도 "학생들로부터 '교육 당사자이면서 교육 현실을 가장 깊게 체감하는 학생 의견이 정원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의 교육 현실을 낱낱이 폭로하겠다'는 협박(?)도 있었을 정도라 한다. 

그러나 3월 4일 마감인 의대정원 수요 규모가 이전 조사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해 수요조사는 10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이뤄졌고,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로 집계됐다.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됐던 이전 수요조사에서는 '의대 교수 의견보다도 대학 본부의 이해관계가 크게 반영됐다', '0명으로 제시했는데도 대학 본부에서 일방적으로 써냈다' 등의 후문이 있었다.

이번 수요조사도 공문이 대학 본부로 전달돼 시행된 데다 '증원 숫자' 변화에 구체적 이유를 요구하는 만큼 정원 수요 감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A 학장은 "우리 학교는 이전에 신청한 규모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그래도 최대한 현장에서 가능한 숫자로 하려 노력하고 있고, 평교수협의회에서도 계속해서 논의하고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B 학장은 "대규모 증원이 이뤄졌을 때 진료와 수업 병행을 감당키 어려울 것 같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까지 모두 탈진에 이르는 사태가 올 것"이라면서 "현재 의대정원이 구체적 근거를 갖고 논의되는 게 아니다보니, 어떤 숫자를 제시하던 어떤 이야기를 하던 (정부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B 학장은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다. 어떻게든 조정해보겠다며 총장들과 이야기하는 학장들도 있지만 3분의 2정도 대학은 정원을 그대로 낼 것 같다"며 "줄여도 1500명 수준이 한계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전국 의과대학 학장들의 단체인 KAMC는 27일 정기총회에서 '의대정원 증원은 350명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각 대학에 전달키로 의결했으나, 대학본부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KAMC 차원의 단체행동 또한 없을 전망이다.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사실상 총장 결정이 주효한 데다, 휴학에 들어간 학생들과 대학, 정부를 중재하기도 벅차다는 설명이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중재를 하려면 소통의 문이 열려야 하는데, 정부와 소통의 문이 닫혀 있다"며 "학생 보호가 최선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휴학한 학생들이 유급당하지 않도록 개강일을 늦추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신찬수 이사장에 따르면 의과대학이 버틸 수 있는 개강 기한은 3월 16일 정도까지다. 신 이사장은 "그 이전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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