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최종 제안도 거절 "귀 닫고 눈 감은 정부, 이 방법 밖에"
17일 서울대병원 집단휴진 돌입, 18일에는 동네의원 문 닫는다
정부의 의대증원 폭주를 막기 위해, 의료계가 시계를 잠시 멈춘다.
오늘(17일)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18일에는 서울아산병원과 고대의료원 등 주요 대학병원과 전국의대 교수들, 그리고 동네의원들이 전면 휴진에 돌입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막판까지 집단 휴진을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정부에 논의를 재안했지만, 정부는 이를 최종적으로 거절하며 파국을 자초했다.
이미 병원을 떠난 전공의와 대학을 떠난 의대생에 이어, 의대교수와 개원의·봉직의까지 의료계 전 직역이 이 같은 대규모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처음이다.
"귀 닫고 눈 감은 정부, 최후의 수단 꺼낼 수 밖에"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은 의료계가 끝내 꺼내들기를 미뤘던 마지막 카드다.
일방적인 행정 폭주에도 환자의 곁을 지키며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다렸으나,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은 행동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00명 규모의 의대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이후, 의료계의 재논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다.
의료계는 대책없는 대규모 의대증원은 필연적으로 국민 의료비 증가와 부실 의학교육으로 이어지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의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의대증원 절차를 멈추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각각 1만 명이 넘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병원과 대학을 떠났지만, 정부는 이들과 대화하기보다는 각종 행정명령을 동원해 이들의 복귀만을 압박했다.
가장 먼저 집단휴진을 결의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지난 100여일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의 정책과 행정명령의 부당함을 부르짖어 왔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해왔다"면서 "이에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휴진을 결의했다"고 호소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또한 12일 긴급총회 후 집단휴진 참여를 결정한 뒤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면서 "현 사태의 책임은 의료현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있다. (의대교수들의 집단 휴진 참여는) 사태의 해결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17일 서울대병원 시작, 18일에는 동네의원 문닫는다
17일 가장 먼저 휴진에 나서는 서울대병원에서는 전체 교수 96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29명이 휴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등 4개 병원이 휴진에 참여하며, 외래 휴진 또는 축소,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 연기조치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응급·중증환자와 희귀·난치질환 진료는 정상적으로 진행한다.
18일에는 서울아산병원·고대의료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과 전국의대 교수들이 집단휴진에 동참키로 했다. 이들은 "정부의 독단과 비과학저인 정책에 맞서 단일대오로 의료사태 대응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도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하고 나서는 등 병원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확산세다.
같은 날 개원가도 집단 휴진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동네의원들이 18일 하루 진료실 문을 닫는다.
의협은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어 정부의 행정독주에 맞서는 한편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계의 결의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이날 집단휴진에는 의대교수 외 각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봉직의사들도 동참한다. 사실상 의료계 전 직역이 진료실 문을 나서는 셈이다.
이는 의대증원 사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중지가 반영된 결과다.
앞서 의협이 시행한 의료계 집단행동 회원투표에서는 전체 의사의 63.3%가 넘는 7만명이 참여했으며 그 중 90.6%가 의협의 강경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6월 중 휴진을 포함한 의협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도 전체의 73.5%에 달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허울 뿐인 간판으로 전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작금의 의료농단 사태를 바로잡아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로 세워질 때까지 결코 총력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