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예산 3억 5천 통과...원안 3분의 1 수준
야당 '전액 삭감' 요구 "의협이 반대는데 왜 하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가 원격의료 관련 예산을 삭감한 내용의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의결해, 내년도 원격의료 시범사업 규모의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복지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기존 보건복지부가 편성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9억 9000만원의 예산안을 원격의료 이용현황 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비용에 한해 3억 5000만원으로 감액하는 내용을 포함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 소관 2015년 예산안과 보건복지부 소관 2015년 기금운용 계획안을 의결했다.
내년도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 관련 예산안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이견으로 관련 예산안 의결이 쉽지 않았다.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전체회의 시간이 오후 2시, 다시 오후 3시 30분 등으로 연기됐다. 복지위 예산결산소위원회 내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예산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주 예산결산심사위원장은 "예결소위에서 원격의료 관련 예산을 보건복지부 안대로 유지하자는 의견, 증액해야 한다는 의견, 부분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 전액 삭감 의견 등이 분분해 여야 합의가 쉽지 않았다.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예결소위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결국 여야가 서로 양보해서 부분 삭감하기로 합의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원격의료서비스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만큼 충분한 합의를 통해 추진돼야 사회적 갈등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원격의료에 대한 무조건 반대나 맹목적 찬성 모두 문제다. 예결소위에서 원격의료 필요성을 인정하고 절차에 따라 편성하느냐 고민을 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의사가 없는 경우에 의사를 상주시키는 것이 옳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진료를 화면이 아닌 환자에게 가서 진료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원격의료 활성화가 아니라 의사 없는 오지에 의사를 상주하도록 하는 등 방문진료 활성화가 옳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계속 토론해 나갈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야당 의원들, "법적 근거도 없는데 예산편성이라니...전액 삭감"
김성주 예결소위원장을 발언대로 예결소위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예산의 부분 삭감이 합의됐지만 새정치민주연합, 통합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반대 주장은 복지위 전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따라서 원격의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인데 관련 예산안을 편성하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위법이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도 "원격의료 관한 법률이 통과되지 않았다. 그런데 관련 예산을 편성해다라는 것은 태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아이 옷 준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원격의료 예산편성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한다거나 의사들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 건강보호 차원에서 호진 가능성이 큰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진료는 문진, 시진, 타진, 촉진 등을 모두 포함하는데, 원격의료는 문진과 시진만 가능하다. 노인들 휴대폰 사용 서툴러 오진 가능성 크다. 의원급에 허용되면 대형병원도 원격의료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것인데, 막을 방법이 없다. 일선 의료현장이 붕괴될 수 있다. 예산 편성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공개도 못할 시범사업을 왜 하나"
남윤인순 의원 역시 "원격의료 관련 의료사고시 책임소재 문제, 장비구입,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이 우려된다. 대한의사협회의 반대도 큰 것으로 안다"며 예산편성 자체에 반대를 주장했다.
남윤 의원은 특히 "올해 미래창조부에서 편성한 원격의료 관련 예산에 원격의료 기반사업 구축과 평가 등의 예산이 편성돼있다. 그런데 왜 똑같은 내용의 예산안을 보건복지부가 편성해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원격의료 이용현황 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산 3억 5000만원도 전액 삭감해야 한다. 의사협회도 반대하고 시범사업도 잘 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아울러 "의사협회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반대해서, 시범사업 지역과 대상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못할 상황이며,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 김미희 의원도 원격의료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김미희 의원은 "복지부에서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에 시범사업을 하라고 지시해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료인들이 양심을 걸고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 경북의사회, 충남의사회 등 다 반대입장 피력했다. 그런데 예산편성을 밀어붙이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복지부가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대형병원들 배불리는 통한 진주의료원은 문을 닫았고 속초의료원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 지방의료원들 누적 적자가 6000억원 달하는데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 지원 못하겠다는 복지부가 법적 근거가 없는 원격의료 예산은 편성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으면서 "원격의료 관련 예산 삭감 주장한다. 제대로 삭감되지 않고 올라온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밝힌다"고 말했다.
문형표 장관, "원격의료 근거는 보건의료기본법" 항변
이러한 야당 의원들에 이어지는 지적에도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원격의료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예산안 편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형표 장관은 "원격의료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보건의료기본법이 근거다. 오진 가능성에 대한 지적 때문에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원격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자는 것이 시범사업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의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의사협회와의 관계 속에서 개별의원들이 시범사업 참여를 알리기 원하지 않아서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원격의료의 대형병원 확대에 대한 우려가 있어,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을 엄격히 구별해서 1차 의료활성화 차원에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는, 원격의료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또한 "원격의료는 의료의 공공성, 접근성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 원격의료 이용현황 조사 및 데이터 베이스 구축 예산 3억 5000만원은 필수예산이라는 점을 고려해 의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원격의료에 관해서 사업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시범사업을 충실하게 시행하게 해주고 결과 충분히 검토한 후 입법과정을 밟게 되면, 국회에서 또 논의될 것이다. 그때 알찬 평가를 내려주면 올바른 방향으로 원격의료가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야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문 장관의 보건의료기본법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법적 근거라는 주장에 대해, 김용익 의원은 "보건의료기본법상 허용되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시범사업, 지역보건 시범사업 등 비침습적 사안들에 대한 것이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인체 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다 의료법 개정 사항"이라면서 "의료사고시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이 없는데, 보건의료기본법에 의거해 원격의료 시범사업 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익 의원, "부분 삭감 의결에 동의할 수 없다" 퇴장
한편 야당의원들의 원격의료 관련 예산 전액 삭감 요구에도 김춘진 복지위원장은 부분 삭감 예산안 가결 절차를 진행하려 했다. 이미 예결소위에서 여야가 부분 삭감에 동의했기 때문.
김춘진 위원장이 "원격의료 이용현황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산안에 반대의견 많았다. 반대의견은 소수의견으로 존중하고 의결절차에 들어가겠다" 말하자, 김용익 의원은 "안건 의결에 찬성할 수 없다. 의결에 참여자히 않고 퇴장하겠다"며 회의장을 나갔다.
김 의원은 회의장을 퇴장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차원에서 원격의료를 반대하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예산안 의결은 당론에 어긋난다. 당의 의료영리화저지특별위원장으로서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회의장을 퇴장한 후, 나머지 복지위원들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관련 부분 삭감 예산안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