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원 신뢰 얻어야 강한 의협"

"국민·회원 신뢰 얻어야 강한 의협"

  • 정리=이석영·최원석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11.18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무진 의협회장 - 변영우 대의원회의장 특별대담
의료계 발전과 대통합 혁신을 위한 과제와 전망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월 27일 제 66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료계 각계 각층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혁신특위)를 출범시켰다. 혁신특위는 4차례에 걸친 전체회의를 통해 의협 회원들의 민의를 수렴하고 민주적 정관개정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과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집행부-대의원회 사이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민주적 대의기구를 통해 의료계의 대통합·화합을 모색하려는 취지다.

의협신문은 대한의사협회 창립 106주년을 맞아 추무진·변영우 공동위원장을 모시고 의료계의 현 상황과 지도자들의 역할·의료계 대통합 및 개혁방안·회원들의 민의 수렴 시스템 등에 대한 대담을 마련했다. 지난 4일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대담의 주요 내용을 지면에 옮겼다.<편집자 주>

 

 ▲일 시: 2014년 11월 4일 오후 5시
▲장 소: 의협회장 접견실
▲대담자: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변영우 의협 대의원회 의장
▲사 회: 김영숙 의협신문 편집국장
▲기 록: 이정환 의협신문 기자
▲사진촬영: 최원석 의협신문 기자
▲정 리: 이석영 의협신문 취재팀장, 최원석 기자

▲ 지난 4일 의협회장 접견실에서 추무진 의협회장과 변영우 의협 대의원회 의장이 의료계 발전과 대통합·혁신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의협신문 최원석

추 회장 '무언의 다수' 의협 향한 애정 잃지 않아
변 의장 '회원 관심' 이끌어 낼 지도자 역할 중요

▶사회자 = 의협 창립 106주년을 기념해 의협 회장과 대의원회 의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계신 두 분을 모시고 의료계 발전과 대통합·혁신을 주제로 대담을 갖게돼 영광입니다. 흔히 의료계는 의약분업 이전과 이후 나뉜다고 합니다.

의약분업 이후 세대 간 갈등과 제도의 변화가 심했습니다. 특히 최근 3~4년간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분께서는 현재 의료계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 ⓒ의협신문 최원석

▶추무진 회장 = 항상 의협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시고 몸소 모범을 보이고 계신 의장님께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재 의협이 처한 상황은 지난 투쟁과정을 겪으면서 투쟁방향에 대해 이견도 있었고, 내부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의협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던 회장 불신임의 아픈 역사는 말 하지 않아도 아실 것입니다.

저는 의협회장 후보자 시절부터 회원들의 가장 요구가 높은 것이 협회의 조속한 안정과 화합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 회무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지금은 격변을 지나면서 안정화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원들의 다양한 요구사항들이 개선되고, 개혁될 수 있도록 정기총회에서 의결한 대통합혁신위를 통해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고,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변영우 의장 = 회장님께서 열심히 일하신 덕분에 상당 부분 안정화돼가고 있는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의약분업 전후로 의료계를 구분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의약분업 등 한 두가지 문제 때문은 아닙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특정 시기에 국민의 의식수준과 경제수준이 높아지면 제일 먼저 뒤따라 오는 것이 의료환경 변화에 대한 요구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의료체제 변화에 대한 국민의 급격한 요구가 있었고,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위기를 오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의협 지도자들이 그와 같은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해 회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이 절망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위기로 인해 전체가 흔들릴 때가 오히려 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자리매김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무진 회장 = 위기가 기회라는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사회자 = 희망적인 이야기로 대화가 시작됐습니다. 현재의 상황이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위기상황에 대한 원인과 진단은 다양할 것 같습니다. 내부적 요인도 있을 것이고 사회 경제적 변화 등 외부 요인도 있습니다.

내·외부적 요인이 혼합되면 아무리 출충한 지도자라도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회원들이 의협에 무관심·냉담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변영우 의장 = 의협이 안정화되려면 내부적 요인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지도자들의 역량과 대처능력을 잘 보여주어야 합니다.

무관심·냉담함은 지도자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 것이고, '해봐야 안 된다'는 패배의식이 깔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무관심을 관심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회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만 잘못됐다고 하면 해결이 안됩니다.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빠른 시간 내에 우리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추무진 회장= 시도의사회 등 행사를 다니면서 많은 회원들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무를 해나가는 데 회원들의 뜻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낀 것은 무관심한 회원이 많다기 보다는 '무언의 다수'가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회원들이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열심히 지켜보고 계십니다. '응원하고 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무관심처럼 보이는 것은 의약분업 이후 여러 차례 안팎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의협이 회원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행부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협회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또 의협이 나아갈 길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변영우 의장 = 말하지 않고 지켜보는 회원분들이 많다는 것은 맞습니다. 의사회에 기대할게 없다고 생각해 회비를 안내려는 회원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일단 회비를 납부하시는 회원들은 의협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장님과 뜻을 같이 합니다.

▶사회자 = 의장님께서도 언급하셨는데 최근 여러가지 사태로 인해 의료계 지도층에 대한 리더십의 문제, 갈등조정 능력에 대해 회원들이 믿어주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변영우 의장 = 지도부에 대한 불신은 회장들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이 반영돼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하는 회장의 역할이 굉장히 큽니다. 과거 많은 회장들이 열심히 하셨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이 부각되면서 불신을 일으켰습니다.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 회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나 언론기사를 통해 (일부분만 부각된 정보를) 접하게 된 것이 불신의 원인이 됐다고 봅니다.

결국은 소통부재입니다. 회장이 회원들에게 가까이 가고 손을 잡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자주 회원들과 이야기 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불신이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추무진 회장 = 갈등은 어느 집단이든 다 있고, 민주사회에서는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의협이 바로 이 합의점을 찾아가는데 소통의 부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사회는 단합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전체로 볼 때 지역별로 각자의 생활권, 문화권이 비슷한 환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회도 마찬가지로 구조 자체가 지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결국 중앙에서 토론을 통해 충분한 대화·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영호남 지역의사회 행사에 두 번 연속 참여했습니다. 전북-경북의사회, 광주-대구의사회 모임에서 양쪽 모두 의료계 소통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행사를 보면서 회원들이 의료계의 단합과 화합을 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자 = 대부분 회원들은 의협이 회원들을 위해 무언가 해줄 것이라 믿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협 구조상 회원들의 민의가 의협의 최상위까지 전달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의협의 의사결정구조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어디일까요?

▶추무진 회장 = 의협은 상임이사회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집행부,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원회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건전하게 운용하면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대의원제에 대해서는 직선제를 통해 대의원을 회원들이 직접 뽑아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집행부는 이사회와 상임이사회를 통해 각 지역과 직역을 아우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다면 회원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변영우 의장 = 의협의 내부 의사결정구조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의협은 정관에 따라 집행부의 의사결정구조가 있고 대의원회의 의사결정구조가 있습니다. 대의원회의 경우 거의 모든 단체가 대의기구를 갖추고 있으므로 의협 구조상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재 대의원들이 회원의 뜻과 다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는 대의원을 회원 직선으로 선출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의원 직선제는 모든 회원들의 요구입니다. 대의원을 직선제로 철두철미하게 선출하지 않으면 통합과 혁신이 아닙니다. 과거의 관례와 기득권을 다 버려야 합니다. 대의원 직선제를 통해 모든 회원들의 참여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추무진 회장 =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행 정관상 대의원은 직선제가 원칙이지만 각 지부의 형편에 따라 예외를 두는 조항이 있어서 문제입니다.

▶변영우 의장 = 맞습니다. 예외조항으로 다 빠져나가면 직선제라는 원칙이 유명무실해집니다. 그래서 예외조항을 없애고 철저한 직선제로 바꾸어야 합니다.

▶추무진 회장 = 지난번 정기총회에서 16개 시도의사회장들께서 성명을 내고 대의원을 겸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는 시도의사회장님들은 집행부의 의사결정구조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행부는 이사회와 상임이사회라는 틀로 이뤄져 있는데, 이사회는 정책결정을 하는 구조여야 하고, 상임이사회는 실무를 위주로 하는 체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도의사회장님들께서 이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들어오셔서 의협의 정책방향을 정해주셔야 의협과 시도지부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변영우 의장 = 시도의사회장들은 각 지역에서 직선제 등을 통해 선출된 영향력이 있는 분들입니다. 의협에서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의협회장이 상임이사회에 부회장 3~4명을 모시지 않습니까? 시도회장님들은 부회장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분들이 들어오면 이사회가 활성화되고 강해질 것입니다. (시도의사회장들은 대의원 겸직을 금지하더라도) 시도지부의 부회장 등 임원은 회원들로부터 표를 얻으면 중앙 대의원이 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추무진 회장 = 기본적으로 시도의사회장들은 집행부로 들어오는 것이 맞습니다. 집행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셔야 협회의 결정이 힘을 받고 전국적으로 한 방향으로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대의원회 보다는 집행부에 들어오셔야 합니다.

시군구 의사회 임원들의 대의원 여부는 원칙적으로 안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지역에서 일을 했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 분들이 지역 회원들을 대신해서 의사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변영우 의장 = 대의원 정수 조정도 필요합니다. 현재 정관상 대의원 정수는 250명입니다. 이는 1999년부터 유지돼 오고 있는데, 현재 전체 회원 숫자가 당시에 비해 6~7만명 많아졌습니다.

회원수는 크게 늘었는데 대의원 수는 그대로이다 보니 회원들의 참여 기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300여명 이하로 대의원수를 늘려 젊은 의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추무진 회장 = 대의원 수를 300명 선까지 늘리자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늘어난 대의원 자리를 어떤 분들에게 더 배정하느냐의 문제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회자 = 대의원들의 자질 문제도 종종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추무진 회장 = 예외없는 직선제로 선출하면 대의원 자질문제는 자연히 없어질 것으로 봅니다.

▶사회자 = 최근 젊은 회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의협 집행부나 지도층에 있는 분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의협 의사결정 과정에 젊은 회원들의 요구를 더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추무진 회장 = 사실 지금도 없지는 않습니다. 20여명의 상임이사 중 전공의협의회장과 공보의협의회장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의원회에도 일정 부분 배정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젊은 의사들, 여성 회원들을 대의원으로 배정하는 방법을 대통합혁신특위에서 잘 논의했으면 합니다.

▶사회자 = 대화 방향이 대의원회 쪽으로 많이 간 것 같습니다. 집행부의 역할 강화 등에 대해서 말씀을 나눠주시지요.

▲ ⓒ의협신문 최원석

▶변영우 의장 = 개인적으로 의협의 하부 구조에 대한의학회와 대한병원협회, 개원의단체를 두고 의협은 이들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협 회장이 투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회장은 대정부 파트너십을 가지고 전체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의원을 철두철미하게 회원 직선제로 선출한다는 전제하에, 의협회장은 간선제로 뽑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계적으로도 (의사협회 같은 단체의) 회장을 직선제로 뽑는 곳은 없습니다. 의협회장을 개원의, 병원의사 두 직역이 번갈아가며 맡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회장선거의 과열도 막고 직역간의 화합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추무진 회장 = 저는 직선제 주장론자입니다. 회원들의 뜻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직선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협회장에 이어 대의원도 직선제가 된다면 더욱 더 의협 회원들의 신뢰가 높아질 것입니다.

개원의와 병원의사가 교대로 의협회장을 맡는 방안은 회원들의 뜻이 모아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회장선거가 직선제로 유지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수는 없지 않을까요?

▶변영우 의장 = 그것은 (정관으로) 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 방법으로 하면 의협회장 중임을 막는 효과도 있고 과열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회장을 추대하고 함께 가는 방식이 되어야지 과거처럼 투쟁성향이 강하다고 해서 회장이 되는 시기는 지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직전 집행부에서부터 회원투표 제도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두 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추무진 회장 = 협회가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회원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볼 필요성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국가도 국민투표가 있듯이 회원들에게 직접 중요한 의견을 물어볼 수 있는 구조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변영우 의장 = 대정부 투쟁 등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함부로 회원투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회원투표 이야기가 나온 것은 대의원을 직선제로 선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즉 대의원들이 결정하는 사안이 회원들의 의견과 다르다는 생각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철두철미하게 대의원을 직선으로 뽑으면 회원투표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추무진 회장 = 직선제로 뽑힌 지자체장 등이 유권자의 뜻에 반할 경우를 대비해 주민소환제가 있지 않습니까?

직선제가 바람직한 제도이지만 민의를 모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협 역시 직접투표로 뽑힌 대의원이라 할지라도 민의를 잘 반영하지 못할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원투표제는 의협 정관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영우 의장 = 대의원 구조 안에서도 주민소환제 같은 요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거권을 가진 회원의 4분의1 이상이 동의하면 회장 불신임안이 상정됩니다.

대의제도 속에서도 전체 회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과정이 있는 것이지요. 회원투표는 의협 지도부를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얼핏 회원투표가 전체 회원들을 위하고 의협의 발전을 위하는 길인 것처럼 보이지만 감정에 휩쓸려 좋은 투표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추무진 회장 = 회장 불신임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하겠습니다. 회장에 대한 불신임 권한은 대의원회에서 갖고 있지만 대의원회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회장 불신임에 상응하는 것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깊이들어가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변영우 의장 = 사실 과거에 의장 불신임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가 했었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장 불신임제도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추 회장께서 다음에 의장을 맡으셔서 한 번 추진해 보시지요(둘 다 웃음).

▶사회자 = 의협 재정 쪽으로 주제를 바꾸겠습니다. 최근 수 년 간에 걸쳐 회비 납부율이 떨어지면서 의협이 활동하는데 제약을 겪고 있습니다. 저조한 회비 납부율은 의협이 처한 내적·외적 위기의 바로미터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비 납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고민이 두 분 모두 많으실 것 같습니다.

▶변영우 의장 = 그렇습니다. 특히 회장님이 더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회비는 의협회비와 시·도회비, 시·군·구회비로 되어 있는데 다 합치면 연 70∼80만원 정도 됩니다. 형편이 어려운 회원들은 내고 싶어도 못내는 것이지요. 사실 시·군·구회비가 40만원 정도로 가장 많습니다.

도와 시·군·구 회비를 합치고, 유사한 행사는 하나로 통합해 회비를 줄이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회비를 내는 분들께는 여러가지 특혜를 제공하고, 협회 차원의 인증사업을 벌여 수익을 발생시킨다든지 하는 노력을 열심히 기울이면 회비를 걷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추무진 회장 = 의장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한해 회비를 내지 않으면 다음해에 몰아내게 되므로 더욱 내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회원님들 입장에서는 협회가 나에게 뭘 해줬느냐 하는 의문을 가지십니다.

하지만 숨을 쉬고 사는 것은 공기가 있기 때문이듯, 협회가 있기 때문에 회원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보험 문제에 대응하고, 비록 충분하지는 않지만 수가 결정에 있어서도 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회원들 뜻을 표출해 정부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이 있기 때문에 협회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협회가 있음으로써 개인 회원들도 위상이 생기고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지 회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회원들에게 귀중한 회비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변영우 의장 = 중앙회에서 회원들에게 감동을 줘서 자발적으로 회비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회비 납부를 독려하는 것은 시도의사회장들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시·군·구회장들에게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납부율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사회자 = 최근 정부가 일련의 의료정책을 추진할 때 의협을 배제하고 산하 단체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료계 의견을 수렴했다는 명분을 손쉽게 쌓겠다는 의도인데, 의협으로선 대정부 파트너십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추무진 회장 = 의협은 의료법에 명시돼 있는 중앙단체입니다. 의협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정책은 회원들로부터 정부를 더욱 믿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예민한 사안일수록 협회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부의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단체인 의협을 통해 모든 현안을 논의할 것을 정부에 요구합니다.

▶변영우 의장 = 전문의시험 관리 위탁 기관이 협회에서 의학회로 넘어갔습니다. 의협 길들이기인데, 실로 통탄할 일입니다. 다른 얘기지만 이번 기회에 대한의학회를 의협으로부터 분리·독립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학회는 이미 거대해져서 의협에 있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독립해 나가고 '의학회회장단협의회' 같은 기구를 통해 (의학회 회원들이) 의협 대의원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의학회가 협회 산하기구로 있으면서 전체 대의원의 20%, 50명씩 배정받는 방식으로는 의협회장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추무진 회장 = 중앙 대의원을 뽑는 것과 의학회 자체를 독립시키는 문제는 생각을 달리 해야 합니다. 대의원 정수에서 의학회가 50명, 20%로 고정화 돼 있는 것에 대한 조정은 고려돼야 하지만, 의학회를 의협 산하단체에서 뺀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의협이 큰 틀 안에서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번 전문의시험 사안처럼 보건복지부의 '의협 내부 분열 정책'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학회가 분리돼 나가야 한다는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고 오히려 협회를 중심으로 각 단체들이 다시 모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의협이 진정 의료계를 대표·대변하고 전문화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변영우 의장 = 옳은 말씀이십니다. 의학회도, 병협도 의협 밑으로 들어와야합니다. 그런데 산하단체라는 것은 정관을 함께 써야 하는데 의학회나 병협은 정관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정관으로 그들을 밀어부칠 수가 없어요.

의학회가 (협회 산하단체에서) 없어지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의협의 근본은 (단체가 아니라) '의사'입니다. 의사들로 구성돼야 합니다. 개원의, 교수, 전공의 모두 똑같은 자격으로 의협 대의원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사회자 = 두 분이 말씀하신 부분은 앞으로 논의 과정을 거쳐 좁혀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약분업 이후 역대 집행부나 회원들이 바랬던 것이 '강한 의협'이었습니다. 강한 의협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추무진 회장 = 우리 의협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을 때 강한 의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을 가지려면 전문가 단체로서의 집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학회도 있어야하고 의료정책연구소도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서 협회가 중심이 돼 내부에서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회 구조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회원 뜻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전문가단체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강한 의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영우 의장 = 강한 의협이 되는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회원들이 의협 회장을 신뢰하고 따르고 회비를 많이 내면 강한 의협이 됩니다. 결국 회장이 회원들로부터 신뢰받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대국민 신뢰 회복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정책연구소가 추진 중인 'KMA Policy'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협이 가장 먼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전문가단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전 집행부가 추진했던 '착한손 운동' 같은 것은 이벤트일 뿐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투쟁 보다는 보건복지부와 파트너십을 갖고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다운 논의를 할 수 있는 단체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회원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변영우 의장 = 욕을 하던 칭찬을 하던 얘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틀리면 틀렸다고 말을 해주세요. 소통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의협 회비 납부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도 부탁드립니다. 집행부는 회비를 내시는 회원들에게 협회가 하고 있는 일을 정확히 알리고 회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 ⓒ의협신문 최원석

▶추무진 회장 = 최근 투쟁을 통해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 수가의 문제점 등이 알려졌고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받은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쟁과 더불어 해야할 일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우리가 국민건강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것을 알리는 일입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왜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 국민께 알리고 손을 잡아줄 수 있는 따뜻함이 필요합니다. 의사 개개인의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협회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건강을 책임지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회원님들도 각자가 진료실에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한 번 더 손을 잡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렇게하면 의사들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전문가 집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사회자 = 긴 시간 동안 다소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진솔한 의견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늘 두 분의 대담이 의료계 대통합과 혁신을 위한 상징적인 자리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의협 창립 106주년을 맞아 의협신문이 기획한 의협 회장과 대의원회 의장 특별대담을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