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자법인 설립기준 완화...의료계 "또 당했다"

영리자법인 설립기준 완화...의료계 "또 당했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01.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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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투자활성화 보완조치 발표..."영리자법인 활성화"
의료계 "우려가 현실로...강력한 투쟁으로 응수해야" 분개

정부가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이하 영리자법인) 설립 활성화를 위해, 영리자법인 설립 허용의 전제인 성실공익법인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규제기요틴'으로 촉발된 의료계 대정부 투쟁 열기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19일 발표한 '1~6차 투자활성화 대책' 후속 보완조치 통해, 성실공익법인 기준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실공익법인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대다수 의료법인들이 사실상 영리자법인을 설립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부는 영리자법인 설립이 가능한 의료법인 요건을 성실공익법인으로 제한했다. 재벌기업의 우회적 경영권 상속 등 이른바 의료영리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성실공익법인인 의료법인에만 상속증여세 부담없이 자법인 설립이 가능하도록 한 것.

성실공익법인의 구체적 요건은 ▲운용소득의 100분의 80 이상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사용 ▲출연자 및 그 특수관계인이 이사 현원의 5분의 1 초과금지 ▲외부감사 이행 ▲전용계좌 개설 및 사용 ▲결산서류 등 공시이행 ▲장부의 작성·비치 ▲자기내부거래 금지 ▲광고·홍보 금지 등이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투자활성화 대책 후속 보완조치 자료에서 "성실공익법인 제도의 절차적 불확실성, 개별 요건의 엄격함 등을 완화해 자법인 설립 사례의 조속한 창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실공익법인 요건 충족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 소요되며 ▲성실공익법인 요건 충족 여부를 익년도에 심사·확인하므로 ▲요건을 갖췄어도 확인을 받기 전에는 자법인 설립 가능여부가 불분명한 한계가 있다"면서 "성실공익법인 제도의 절차적 불확실성, 개별 요건의 엄격함 등을 완화해 자법인 설립 사례의 조속한 창출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한 법인이라면, 공식적 확인 절차 전에 취득한 자법인 주식에 대해 증여세 비과세로 할 것"이라며 "의료법인의 특수성과 상속증여법의 취지를 균형있게 고려해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의 애로요인을 지속적으로 완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정부에게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의 규제기요틴 추진과 영리자법인 설립 기준 완화 발표를 계기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의료계가 영리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게 되면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자, 정부는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영리자법인 설립을 허용할 것이고, 성실공익법인의 규정이 까다로워 극소수의 의료법인만이 영리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특히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와 영리자법인 허용, 잘못된 의료정책 개선 등을 논의했던 의정협의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영리자법인은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설립을 허용할 것"이며 "성실공익법인 규정이 까다로워 실제로 성실공익법인 자격을 얻어 영리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의료법인은 수 개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 발표 소식에 모 시도의사회장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의정협의 당시인) 2년 전부터 성실공익법인 규정이 까다로워 영리자법인을 설립하는 병원이 많지 않을 것이고, 때문에 의료영리화가 될 수 없다고 의료계를 유혹하더니..."라며 탄식했다. 이어 "정부가 사기꾼 집단인지, 아니면 권 실장이 기재부와 청와대 일부 인사들에게 놀아 난건지"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인사들이 지나친 우려라며 의료계가 마치 밥그릇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반대를 하는 것처럼 치부했었다. 그러나 의료계 우려가 또 한 번 현실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에 또 다시 기만당했다"며 "이제 의료계가 강력한 투쟁을 통해 물리적 실력행사를 해도, 보건복지부는 말릴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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