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응고제 자렐토와 프라닥사 처방량 역전
삭감조치 급여 범위 좁은 프라닥사에 직격탄
1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와파린을 대체할 차세대 항응고제(NOAC) 처방액 순위가 지난 한해 동안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처방액을 집계하는 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항응고제 가운데 바이엘헬스케어의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가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를 제치고 처방액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 프라닥사보다 낮은 처방액을 기록했던 자렐토가 무려 지난 한해 103%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하며 선두로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같은 기간 프라닥사 처방액은 소폭 하락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4년 자렐토는 50억원의 처방액을, 프라닥사는 37억원을 올렸다. 2013년 처방액은 자렐토가 24억원, 프라닥사가 38억원이었다.
자렐토는 항응고제 가운데 가장 많은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의 위험 감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치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재발 위험 감소 ▲하지의 주요 정형외과 수술(슬관절 또는 고관절 치환술)을 받은 성인 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심장표지자 상승을 동반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경험한 환자에서 아스피린과의 병용 혹은 아스피린 및 클로피도그렐과 병용투여 시 죽상동맥혈전성 질환 발생률 감소 등이 적응증이다.
적응증이 넓다 보니 마케팅에 똑같은 역량을 투입해도 프라닥사보다 처방량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효과가 생긴다. 바이엘헬스케어는 "국내 출시된 항고제 가운데 가장 넓은 적응증을 동력으로 삼아 영업을 강화한 덕"이라고 분석했다.
자렐토의 선전을 지켜봐야만 했던 프라닥사의 적응증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 감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치료 ▲심재성 정맥혈전증 및 폐색전증의 재발 위험 감소 등으로 자렐토보다 좁다. 더욱이 3가지 적응증 중 급여받는 적응증은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 감소 한 가지다.
하지만 적응증 범위 만으로 지난해의 처방량 역전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출시때부터 프라닥사의 적응증은 자렐토보다 좁았다. 프라닥사는 그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2013년 자렐토보다 많은 처방량을 기록했었다.
프라닥사의 부진을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심평원의 급여삭감 조치가 커 보인다.
심평원은 지난해 초부터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서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의 위험 감소 급여와 관련해 몇 차례 항응고제 급여삭감 조치를 단행했다. 물론 자렐토도 급여삭감 조치를 피하지 못했지만 프라닥사보다 다양한 적응증 덕에 피해 정도가 적었다.
프라닥사나 자렐토 등에 대한 대대적인 급여삭감 조치로 전체 항응고제 시장도 2013년보다 2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프라닥사는 처방액이 오히려 1억원 줄었다. 늘어난 시장은 모두 자렐토의 차지가 됐다.
바이엘헬스케어가 자렐토의 선전에도 "까다로운 급여기준 탓에 전체 시장이 더디게 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불만을 보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급여삭감 조치에도 증가세를 유지한 바이엘헬스케어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항응고제 처방 역전 현상에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까다로운 급여기준 탓에 항응고제 처방규모는 몇 해째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이엘헬스케어도 처방액 1위를 기록한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좀처럼 성장하고 있지 못하는 항응고제 시장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