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후유장해에 손해배상책임 인정한 원심 파기 환송
"과실 외 현재 상태 초래할 다른 원인 없다고 단정 어려워"
정상이던 부위가 수술 이후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의료 과실로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는 최근 B 병원에서 척골신경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뒤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며 A 씨가 제기한 재판에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A 씨는 지난 2007년 1월 B 병원에서 우측 액와부 척골신경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종양이 주변 조직과 유착이 심한 상태임을 고려해 신경 조직을 트랙션으로 견인하며 메젠바움 가위와 전기소작기 등을 사용해 종양을 제거했다.
수술 5일 후부터 A 씨는 열흘가량 해당 병원에 내원하며 우측 4번째 손가락의 저린 증세를 호소했다. 당시 A 씨는 병원에 우측 4번째 손가락 끝 마디의 저린 증세를 호소했다. 이후 A 씨는 형사사건으로 2달가량 구속되는 등 내원하지 않다가 2007년 11월 다시 해당 병원 방문했다. 당시 A씨의 우측 손에는 근위축이 발생한 상태였다.
고등법원은 원심에서 "수술 전 A 씨의 척골신경의 지배 부위인 우측 상지 운동·감각 기능이 모두 정상이었고 우측 손가락 끝마디 감각 이상이 척골신경 손상의 전형적 증세"라며 "의료진이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척골신경을 직접 손상시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리하게 견인해 손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착이 심한 A 씨의 당시 상태를 고려할 때 의료진의 수술기구 선택의 문제로 보기 어렵고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수술 후 호소했던 저림 증세가 신경 손상을 의심할 만한 근위약 등의 증상이 뚜렷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2007년 1월 이후 병원을 방문하지 않다가 11월 다시 내원했을 때 증상이 확인됐으므로 이 사건 수술 부위에 종양이 재발하는 경우 등 의료상 과실 이외에 A 씨에게 현재의 근위축 등 증상을 초래할 다른 원인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1심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수술 과정이 녹화된 동영상에서 종양 제거 후 신경의 외형이 잘 유지되고 있어 수술에 의한 악화보다는 환자의 내적 요인에 의한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인용했다.
대법원은 "위 사정을 종합했을 때 A 씨의 현 상태가 의료진이 과실과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