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표준·제재근거·교육 기능 담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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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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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사단체에서 의사윤리지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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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표준·제재근거·교육 기능 담보해야

▲ 권 복 규(이화의대 교수)

미국의 대표적인 의사단체인 미국의사협회(AMA)의 '윤리강령(Code of Ethics)'은 18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MA가 윤리강령을 제정한 이유는 당시 미국의 의료가 자유방임 상태로 누구나 의사를 자임하면 원하는 어떤 의료도 시술할 수 있었고, 이를 규제할 만한 특별한 법규도 없어 환자들이 커다란 피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제대로 의학을 공부한 뜻있는 의사들이 모여 소위 '조직화한 의료(organized medicine)'를 통해 전문직으로서의 권위를 찾고 자율적인 규제를 하고자 했던 것이 이 윤리강령을 제정한 배경이다.

AMA 홈페이지(http://www.ama-ssn.org/)에 따르면 이 강령은 "전문직 공동체로서 의학의 초석이자, 의학의 진실성(integrity)을 규정하고, 자율 규제에 있어 의사직 권위의 원천이 된다"고 돼 있다.

AMA의 탄생과 윤리강령의 탄생은 그 궤를 같이한다. AMA 없이 윤리강령이 없고, 윤리강령은 AMA가 전문직 단체로 자리매김하는 근거가 된다.

AMA의 목적은 '의과학과 기예를 발전시키고 공공의 건강을 향상하는 것'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에 있어 필요한 의사결정과 행위의 기준이 되는 것을 '정책'이라 부르는데 정책 중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AMA의 헌장·내규·의료윤리 원칙(Principles of Medical Ethics)이다.

이를 해석해 적용하는 것이 AMA에 있는 5개의 평의회 중 하나인 윤리법사위원회의 기능이다.

윤리법사위원회는 모두 10개 분야에 이르는 의료윤리 원칙의 해석과 적용 외에도 다양한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의료윤리 원칙에 담긴 뜻은?

의료윤리 원칙은 △서론 △사회 정책 쟁점에 대한 견해 △의료전문직 간 관계에 대한 견해 △병원 업무에 대한 견해 △의료기밀 보호·의료광고·대중매체 활용에 대한 견해 △진료비에 대한 견해 △의무기록에 대한 견해 △의료시술에 대한 견해 △의사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견해 △환자-의사 관계에 대한 견해이다.

이 외에도 윤리법사위원회는 AMA의 헌장·내규·강령 등과 관련해 발생하는 분쟁에 대한 고유의 판결권을 가지며, 회원 가입 자격을 심사하고, 회원의 비윤리적 행위를 심판하며 이를 징계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런 모든 활동에 있어 의료윤리 원칙은 그 근거로 기능하게 된다.
의료윤리 원칙과 윤리법사위원회의 보고서 등 다양한 문헌들을 총괄해 윤리 강령(Code of Ethics)이라 부른다.

영국의사협회(BMA)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영국 내 의사들 대부분, 그리고 영국에서 일하는 외국 국적 의사들과 의대생들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영국의 의사단체이다.

BMA의 기능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시스템 안에서 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며, 의사들의 고용과 이민, 직업적 성장을 돕고, 재정적 도움 및 윤리적 자문을 하는 것이다.

▲ 일러스트=윤세호 기자

영국에서 비윤리적인 의사들에 대한 징계 등의 역할은 BMA가 아닌 일반의료평의회가 담당하므로 BMA의 윤리 활동은 자문과 도움을 주는 것으로 국한된다.

이를 위해 BMA는 의료윤리위원회를 자체 내에 두고 있으며, 사무국인 의료윤리과는 의사 개인들이 제기하는 윤리적 질의에 응답하고, 각종 지침서와 '윤리적 권고'를 출간한다.

BMA의 '핵심 윤리 지침(Key Guidance on Ethics)'은 인공 유산으로부터 연명의료 중지 및 유보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이 나와 있으며, 매년 새로운 주제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의사 단체인 뉴질랜드의사협회(NZMA)는 '의사윤리강령의 발간과 유지'를 협회의 4가지 역할 중 하나로 중시하고 있다.

다른 3가지 역할은 △의사와 환자의 대변과 옹호 △회원들의 의료 활동 지원 △뉴질랜드 의학저널의 편집과 간행이다.

뉴질랜드의사협회 의사윤리강령은 2014년 5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됐는데, 그 내용은 12개의 원칙과 7개의 권고으로 구성돼 있다.

의사윤리강령은 뉴질랜드의사협회의 윤리위원회가 검토하는데 이 윤리위원회는 개별 회원에 대한 제소를 조사하는 권한도 함께 갖고 있다.

한편 일본의사협회(JMA)는 2004년 '의사의 전문직 윤리에 대한 지침'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 지침은 법적 효력이 없고 또 조사 권한이 있는 기구도 없으므로 애초 의도한 만큼의 효력은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각국 제도·의사회 성격 따라 다양

이상을 종합하면 세계 각국 의사회의 윤리지침은 그 나라가 갖고 있는 의료 제도와 의사회의 성격에 따라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또 의사회가 주로 관심을 가진 영역이 '전문직으로서의 윤리적 행동(professional ethical conduct)'인가, 혹은 '생명윤리' 인가에 따라서 내용도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대략 정리하면 의사윤리지침은 대개 ▲윤리적 표준의 제공 ▲회원의 윤리적 비행에 대한 제재의 근거 ▲교육과 자문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기능은 우리나라 의사 단체가 윤리지침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의료 시스템과 법제는 물론 의사 단체의 성격에 대한 심도있는 고려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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