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메르스 늑장신고 의사 벌금형' 발언에 의사들 '격앙'
의원협회·국민건강국민연합 "의사에게 책임전가 말라" 비난
메르스 의심 환자를 늑장 신고하는 의료인에게 벌금 처분을 내리겠다는 정부 발표에 의료계가 격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를 보건당국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벌금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감염병예방법은 감염병 환자 등을 진단한 의사가 소속 의료기관장에게 보고하고, 의료기관장은 담당 보건소장에게 신고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위반시 2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도록 돼있다.
이같은 규정이 없더라도 일선 의료인들은 감염병 환자 진료 및 신고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데도, 마치 메르스 확산 사태가 의료진의 늑장 신고 때문이라는 취지로 처벌 방안을 밝힌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의식해 사태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태라는게 의료계 시선이다.
대한의원협회는 1일 성명을 내어 "의심환자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 벌금형에 처하겠다는 것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그 책임을 의료인에게 떠넘기겠다는 한심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메르스 의심환자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이같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즉 메르스 의심환자 발견을 위해선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이내에 중동지역 여행 유무,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는지 여부, 중동지역 의료기관에 직원·환자·방문자로 있었는지의 여부 등을 확인해야하며 특히 메르스로 진단된 환자와의 접촉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모든 의료인이 메르스 환자가 방문했던 병의원과 머물렀던 시간을 정확히 알아야 하며, 메르스 확진 환자의 신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조건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심환자를 정확히 발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돼 자신의 건강을 헤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진료 현장에서 국민보건을 위해 고생하는 의료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는 커녕 벌금 운운하며 협박을 일삼는 보건당국 공무원들의 한심한 작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선심성 행정도구로 전락해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하며 전염병 관리에 소홀했던 보건소 및 국공립병원을 환자 거점기관으로 선정해 메르스 환자 치료 및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는 높였다. 국민건강국민연합(국연)은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진이나 역학조사에 응하지 않은 감염자·의심자 등 국민에게 벌금 200만원 처벌을 집행하겠다는 보건복지부 발표를 비난했다.
국연은 "자신들의 생명을 걸고 진료의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간호사·의료기관종사자들의 명예와 헌신에 누가 될 수 있는 협박성 망언을 자제하고 대한민국 의료진에게 진심을 다해 협력을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감염자·감염 의심자가 역학조사 불응시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국민 협박 정책도 당장 버리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사태 해결의 어려움을 고하라"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국민과 함께 사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