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수의 Medical Trend 2015 (2)
의료기관
지난 10년 간 가장 놀라운 변화는 요양병원이 주도한 병원의 급격한 증가다. 의원 5곳이 새로 생길 때 병원은 2곳이 새로 생길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약국 수보다도 더 많이 늘어난 것이 병원이다. 이러한 병원의 급증은 결국 건강보험진료비 폭증을 유발했다.
병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상당한 의사인력을 흡수하자 상대적으로 의원급 신설은 줄어 들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에 대한 각종 규제책을 내놓기 시작했는데 이제 지난 10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더 이상 없을거라 생각된다.
지난 10년은 병원의 폭발적인 성장이 의사인력을 흡수하는 완충제 역할을 했고 이제 그 완충제가 사라지면 신규 의사들이 개원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예측된다<표 1>.
요양기관당 의사 수의 추이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의원 모두 기본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반면 병원만은 의사 수를 늘려서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가급적 의사는 적게 고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난 10년간 병원의 절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에 병원계가 상당수의 의사 인력을 흡수한 것은 사실이다<표 2>.
10년간 전체 병상 수 증가율은 68.1%라는 기록을 보인 가운데 그 대부분이 병원에 의해 주도됐음을 알 수 있다.
현행 의료법상 30병상 이상을 병원이라고 분류하므로 병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병상 수도 같이 따라서 늘 수밖에 없다. 10년 간 총 26만 병상이 늘어났는데 그 중 병원의 증가분이 24만병상이나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OECD최고의 병상 증가율을 보여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급증해 OECD평균 병상의 2배를 넘어섰으며 이제 일본과 1, 2위를 다투는 수준까지 됐다.
이렇게 단기간에 병상수가 급증하는 경우는 이제 막 미개발국가에서 탈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OECD 국가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법 제60조 제1항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은 병상의 합리적인 공급과 배치에 관한 기본 시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통계치를 보면 합리적인 공급과는 거리가 멀다<표 3>.
개별 의료기관별로 보면 지난 10년간 상급종합병원만 병상 수를 늘리면서 몸집 키우기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앞에 기관당 의사 수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의사가 10년간 약 150명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병상 수 증가보다 의사 수 증가가 더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상급종합병원에 병상 수보다 의사 수가 더 많이 늘었다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의 전략이 '입원보다는 외래'에 더 치중하는 전략이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준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겠다. 흔히들 생각하기에 병원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시설투자와 인력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입원환자에 집중할 것이냐 외래환자에 집중할 것이냐에 따라서 시설과 인력 중 어느 쪽에 더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가 달라진다.
만약 의사 수를 늘려서 외래환자를 충분히 확보해 병상을 증설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그쪽이 훨씬 낫다. 병상 수를 늘리는 시설투자는 기본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경영자에게는 그만큼 위험부담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병상 수를 늘리기 어렵다.
그러나 의사인력은 일단 늘렸다가 성과가 부진하면 다시 줄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병상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의사 수를 늘리는데 더 치중하기 쉬운데 지난 10년 한국의 상급종합병원들이 그와 같은 전략을 취했다는 사실이 통계를 통해 입증된다.
즉, 지난 10년간 상급종합병원의 타깃은 입원이 아니라 외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표 4>.
지난 10년동안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불과 10년 만에 전체 병상 수가 50%이상 급증했다. 의료보장인구를 총병상 수로 나눠보면 2013년에 대한민국은 1병상당 80명의 인구수를 보였다. OECD통계치로 인용되는 인구 1000명당 병상수로 계산하면 12.4병상이 나온다.
2011년 OECD평균이 4.8병상이라고 알려졌으니 OECD 평균 병상의 거의 3배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2011년 13.4병상으로 1위를 기록한 일본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보인다. 이 추세라면 이제 병상 수에 있어서 한국을 감히 따라올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한국은 이제 '병상의 왕국'이 된 셈이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는 건 하늘에서 별따기였고 유명의사에게 진료받기 위해 6개월에서 심하면 1년까지도 기다려야 하는 건 예사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몇 개월씩 병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없어져 버렸다. 요즘은 오래 기다려야 고작 하루 이틀인 것 같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비용이다<표 5>.
병상이란 기본적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당직 의사를 필요로 한다. 주간타임만 가동되는 외래에 비해 입원환자는 그만큼 더 많은 의사인력을 필요로 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의사당 병상 수가 많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통계치를 보면 모든 종별의 의사당 병상수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유독 병원만 거꾸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병원의 서비스 질은 해마다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병원 의사 1인은 상급종합병원 의사 1인의 10배가 넘는 병상을 관리하고 있다.
의사 1인당 병상수가 20병상을 넘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의사 1인이 담당하는 병상이 기껏 2병상에 불과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아무리 병상가동률이 높고 입원일당 진료비가 높다고 해도 기껏 2병상으로 의사 1명의 인건비를 포함한 제반 경비를 뽑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한국의 건강보험의 보상체계가 2병상당 의사 1명을 허용할 정도로 좋지도 않음에도 이런 통계치를 보여주는 것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입원은 곁다리고 외래가 주요 타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