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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진료 합니다" 장관 비웃는 노원구 보건소

"일반진료 합니다" 장관 비웃는 노원구 보건소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6.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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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환자 발생한 노원구, 보건소 일반진료 여전
지방자치단체 관할...보건복지부 영향력 못미쳐

▲ 노원구청이 설치한 메르스 임시진료소의 객담 채취 장소. 비가 오면 무방비인 야외에 간이칸막이를 설치해 놓은 것이 전부다.ⓒ의협신문 송성철

대한의사협회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동네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 각 지역 보건소 내에 '메르스 선별진료소' 구축을 제안한 데 이어 16일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 보건소 인력을 즉각 메르스 대응 업무에 투입할 것을 지시했지만 서울지역 대부분 보건소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소에 메르스 선별진료소 설치를 제안한 추무진 의협회장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보건소가 의심 환자 확산 방지에 중점을 두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국민의 일반진료에 초점을 두는 이원화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보건소는 공중보건기관의 원래 기능으로 돌아가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일반진료를 중단하고 보건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메르스 지역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동네의원들이 메르스에 노출돼 다른 환자로 확산시키는 것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다른 일반진료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중앙-지방자치단체간 총력 대응을 위해 메르스 발생 지역 보건소는 일반진료·만성질환관리·예방접종 등 기존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보건소 인력을 즉각 메르스 대응 업무에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보건소 진료·건강증진사업 등은 인근 민간의료기관등을 이용하도록 안내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상당수 보건소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시와 요청을 외면, 메르스 종식을 위한 민·관 협력망 구축이 삐걱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노원구청은 14일 150번 확진환자(남성 A·43세)를 보건당국으로부터 통보받았음에도 25일 현재까지 보건소 일반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가 감기 치료를 위해 방문한 시원한이비인후과는 15일 오전 9시 폐쇄됐으며, 의사와 간호사도 자택에서 외출제한 조치됐다.

노원구의사회는 150번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와 노출자가 속출하고, 지역 전파 가능성이 우려되자 노원구청에 민관 합동회의를 열어 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 차례 전달했다.

하지만 노원구청은 의사회나 병원장들을 배제한 채 비상방역대책본부를 구성, 구청 공무원 위주로 메르스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노원구의사회는 23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어 16일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한 것처럼 보건소의 일반진료를 잠정 중단하고, 보건소 인력을 총동원할 것을 노원구청에 재차 요구했다.ⓒ의협신문 송성철

최창수 노원구의사회장은 "구청장에게 민관 합동 대응을 제안하고, 의사회 인력까지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공문까지 보내 보건소의 일반진료 중지와 함께 보건소의 모든 역량을 메르스대책에 동원할 것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급박해지면 단계적으로 고려해 보겠다'는 답 밖에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1일 메르스 비상대책 상황실을 연데 이어 5일 메르스 비상방역대책본부를 구성하고, 매일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하고 있다. 노원구는 자택 외출제한 조치자에 대한 유선 및 방문 확인과 마스크·손 소독제 등 방역 물품을 관내 경로당·어린이집·다중이용시설·병원 등에 배부하고 감염 예방수칙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노원구는 대책회의에 의사회나 병원장 등 의료전문가를 제외했을 뿐만 아니라 유기적인 협력과 신속한 정보 교환이 필요한 민간의료기관 및 지역의사회와의 협력망 구축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최창수 노원구의사회장이 23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노원구의사회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최 회장은 "관내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는 데 대책회의에 구의사회이나 병원장의 참석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의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난 후 지난주 딱 한 번 부구청장이 주재한 민관합동회의를 연 것이 전부"라며 "메르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구청만의 일방적인 행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의사회 차원에서 메르스 선별진료를 지원하겠다고 건의했음에도 구청이 외면하고 있어 민관합동 대응책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노원구청은 메르스 임시진료소를 개설하면서 의사가 아닌 간호사에게 선별진료를 하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선별진료 단계부터 감염병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한 셈이다.

노원구의사회는 지난 19일 "메르스 의심환자를 정확히 구별할 수 없는 불법진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주민을 무시하는 전시·면피 행정"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메르스 환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150번 환자를 진료한 이비인후과 원장도 메르스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진료했다"고 언급한 최 회장은 "만일 그 환자가 보건소에서 진료를 봤다면 보건소를 폐쇄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원구청은 노원구의사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23일부터 의사를 배치했다.

최 회장은 "구민이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힘을 합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간의 확실한 역할 분담과 상호 협조가 이뤄져야 모범적인 민관의료 협력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23일 노원구의사회 긴급상임이사회에 참석한 조문숙 부회장은 "16일 보건복지부 장관의 성명서대로 노원구청은 보건소·보건지소의 일반진료 업무를 최소한으로 축소하고, 노원구민들이 메르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호 재무이사는 "보건소는 일반진료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본연의 업무인 예방·계몽·결핵관리 등 감염성 질환 관리에 역점을 둬야 새로운 감염병 질환을 관리할 수 있고, 감염 위험으로부터 구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혁 노원구의사회 고문은 "보건소 예산과 관리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 상황에서는 보건복지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관리조직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 하는 후속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원구는 25일 오전 9시 현재 1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으며, 외출제한 조치를 받은 136명 가운데 98명이 해제되고, 현재 38명이 격리 중이이라고 밝혔다.

노원구청은 메르스 발생지역 보건소의 경우 기존 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업무인력을 메르스 대응에 투입해 달라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와 관련, "보건소 자체 인력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보건소의 진료기능 축소 문제는 추후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고, 보건소 임시진료소의 방문객이 대폭 증가해 자체 수용이 불가능할 때 요청하고 기능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간호사가 상담 및 체온측정 후 보건소 내 근무 중인 의사에게 알리면 의사가 임시 진료소를 내소해 진료하는 형태로 운영했으나 의사회의 권고안을 존중해 진료의사가 임시진료소에 상주하면서 진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원구청은 "4개 구청은 메르스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가 타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지역이고, 나머지 21개 보건소는 정상운영하고 있다"면서 "서울시 25개 보건소중 메르스 임시진료소 내 진료의사가 상주하면서 진료하는 보건소는 13개"라고 밝혔다.

한편 23일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김숙희)에 따르면 정부의 보건소 진료업무 잠정 중단 선언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내 25개구 중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광진구 등을 제외한 21개구 보건소에서 고혈압·당뇨 등 일반진료를 여전히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원구청은 메르스 임시진료소에 간호사 2명을 배치, 선별진료를 하도록 했다가 노원구의사회의 항의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상주 의사를 배치했다.ⓒ의협신문 송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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