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후 환자 생존율 98%...세계 유수 의료기관과 대등한 결과
인슐린 치료 필요 없는 이식편 췌장 생존율 93.8%...당뇨 고통 해방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고 당뇨 합병증으로 투병하는 당뇨병 환자의 근본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췌장이식 수술이 국내 단일기관에서 처음으로 300례가 시행돼 그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됐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췌장이식팀(한덕종·김영훈 교수/일반외과)은 지난 7월 15일 1형 당뇨병 환자인 민 씨(남, 24세)에게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한 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 첫 췌장이식 300례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췌장이식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체내에서 적절히 작용하지 못해 심각한 당뇨 합병증을 보이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장기를 대체해 인슐린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췌장이식은 1992년 시행 초기 뇌사자 기증의 절대적 부족 및 이식 후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지난 23년 간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온 끝에 당뇨 완치의 희망을 보이고 있다.
먼저 인슐린 치료를 해도 혈당 조절이 잘 안되거나 말기신부전증 등 심각한 당뇨 합병증 발생으로 췌장이식을 받은 300명 환자의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 생존율은 98%, 10년 생존율은 95.1%로 나타났다.
이는 췌장이식 수술의 메카로 불리며 2000례 이상의 췌장이식으로 세계 최다수술을 자랑하는 미네소타 대학병원의 환자 생존율 97%(1년)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더불어 이식 후 더 이상 인슐린 치료가 필요 없는 건강한 췌장의 상태를 의미하는 이식편 췌장 생존율은 93.8%(1년)로 확인돼,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이 췌장이식 직후부터 인슐린 주사를 끊었고 당뇨 합병증의 진행도 사라져 당뇨병을 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췌장이식 수술의 치료 효과는 당뇨 완치를 가능하게 하는 본격적 궤도에 완전히 올라 삶의 질과 함께 장기 생존을 보장하는 당뇨병의 근본 치료법으로 완전히 정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1992년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신부전증을 수반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신장 및 췌장 동시 이식이 시행된 후 2005년까지 매년 한 자리 수에 그친 췌장이식은, 2006년 23건을 시작으로 그 후 매년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이후 10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2013년, 2014년에는 가장 많은 38건이 시행됐고 올해에는 7월 현재까지 33건을 기록해 예년의 시행 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300례의 췌장이식 환자 유형 분석에서는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제1형 당뇨병 환자가 223명, 체질량지수는 정상이며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77명으로 나타났다.
이식형태 유형에서는 췌장 단독으로 이식을 받은 환자가 103명, 당뇨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동반되어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 받은 환자가 159명, 먼저 신장이식을 받고 일정시간 경과 후 췌장이식을 받은 환자가 38명으로 파악됐다.
즉, 조기 췌장이식을 받지 못해 만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 발생으로 신장이 망가져 결국 췌장과 더불어 신장까지 이식해야 했던 환자가 전체 300명 중 65.6%인 197명에 달한 것이다.
특히 300명의 환자 중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받은 경우가 280건, 생체 이식을 받은 환자가 20건으로 나타났는데, 간·신장 등 생체 이식 비율이 70%가 넘는 다른 장기에 비해 췌장은 생체 기증 역시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450여 건의 췌장이식 중 약 66%에 해당하는 300건의 수술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덕종 교수는 "1992년 첫 시행 후 발전한 국내 췌장이식 수술 능력은 세계의 어느 병원과 비교해도 당당히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만큼 이번 300례 달성이 국내 췌장이식 수술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감회를 전했다.
또 김영훈 교수는 "당뇨 약이나 인슐린 주사는 당뇨병을 완치시키기 어렵지만 췌장이식은 궁극적으로 당뇨 완치를 가져올 수 있다"며 "당뇨가 지속될수록 다양한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결국 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 초기 췌장이식 수술을 통해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덕종 교수팀은 1992년 7월 신부전증을 수반한 제1형 당뇨병환자에게 뇌사자의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 국내 첫 췌장이식을 성공한 이후 2005년에는 살아있는 사람의 췌장 일부를 이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2012년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기증자의 췌장을 이식한 ABO 혈액형 부적합 췌장이식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세계적 췌장이식센터와 비교해 그 수준이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췌장이식 수술은 450여 건에 그치는 등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뇌사 기증자의 부족과 췌장이식에 관한 인식부족 등이 그 원인으로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