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지적...해외 주재관에 임차료 차액 개인 주머니로
의료계 "재정 누수, 의료계 떠넘기지 말고 본연 업무 먼저"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감에서 건보공단은 해외 파견 직원에 제공하는 주택임차료 차액을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사회보장협회(ISSA)에 파견된 건보공단 직원에게 불필요한 재정이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주택임차료의 경우 실비 지급이 아닌 일괄 지급으로 차액은 현지 파견 주재관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례를 보면, 2012년 파견된 주재관은 건보공단으로부터 매달 510만원(4200 스위스프랑)의 주택임차료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주택임차료는 260만원(2200 스위스프랑)에 불과했다. 매년 한화로 약 2900만원에 달하는 차액을 챙긴 셈이다.
이에 비해 ISSA에 주재관을 파견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은 건보공단에 비해 연간 약 2000만원을 덜 지급하면서, 건보공단의 낭비를 적나라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사 건물, 반값에 매각...신축 목표 달성 우선
건보공단의 지사 건물을 반값에 매각하면서 자산관리 또한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에 따르면, 의정부·진주산청 등 전국 4개 지역 지사의 경우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매각이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당초 매각가격보다 건물의 가치가 하락해 약 절반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도 있었다.
매각이 추진됐던 의정부 사옥의 경우, 총 10회의 유찰을 거치면서 최초 매각가 15억 6000만원에서 10% 하락한 14억원에 매매가가 형성됐다. 동해 사옥은 6억 5000만원의 최고 매각가에서 32회 유찰 끝에 매각 예정가의 53% 하락한 3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 동래 사옥 또한 16차례 유찰된 결과 최초 매각가 10억 3000만원에서 6억 5000만원에 매각돼 건보 재정에 손실을 입힌 사실이 드러났다.
김성주 의원은 "지사 건물을 신축할 때 구 사옥 매각 대책을 면밀히 세우면서 추진해야 하지만, 건보공단은 신축 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매각 유찰로 인해 발생되는 자산손실은 건보재정 누수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건보증 부정사용자 검거율 44%...형식적 수사의뢰만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자에 대한 검거율이 44%에 불과하다는 질타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재정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건강보험증 도입만이 해결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절반이 넘는 893명은 몇년째 수사 중이거나 내사종결 등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으며, 수사기관에서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가능한 경우도 59명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의원은 "수사진행이 부진한 이유는 수사기관의 의지도 부족하지만, 건보공단의 안일한 태도와 업무방식이 크다"며 "각 지역별로 할당된 목표금액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번거로운 수사보다는 자체파악으로 손쉽게 실적만 달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의원은 "재정누수 문제는 전자건강보험증으로 해결될 부분이 아니라,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형식적인 수사의뢰로 끝내는 부분"이라고 질타했다.
의료계 "건보재정 관리 부실 문제부터 개선 해라"
의료계는 정부의 건보재정 관리가 부실해 건보재정 누수가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매년 지적돼온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방만경영이 올해도 드러났다"며 "건보공단은 직원에게 불필요한 재정을 지급하고, 자산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음에도 재정 누수는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자를 제대로 파악해 처벌하고, 건보료 징수나 부담금을 제대로 환수하는 본연의 업무부터 힘써 재정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건보재정 관리 부실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지 말고, 줄줄 새는 건보재정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며 "방만경영이 아닌 의료계에 도움될 수 있는 부분으로 건보 흑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