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감염내과)
가라사대, 태초에 폐렴구균 다당질백신(PPV)이 있었다.
치명적인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을 예방할 수 있고 23가지라는 폐렴구균 혈청형을 커버해 폐렴구균 백신계의 빛이 됐다.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PCV)이 출현하면서 한때 빛이 었던 PPV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비침습성 폐렴구균 폐렴에 대한 PPV의 예방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메타분석 결과 폐렴 예방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감염내과)는 PPV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시록의 끝은 23가 PCV가 출현하는 그 날이다.
23가 PCV가 빛을 보는 순간 PPV의 유일한 장점이 사라지며 PPV 존재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재갑 교수를 최근 만나 폐렴구균 질환 전반에 대해 얘기와 '프리베나13'과 관련된 연구 'CAPiTA' 의미를 들어봤다.
<일문일답>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암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 폐렴 합병증이라도 사망해도 사인은 암으로 집계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실제 폐렴으로 인한 사회적 질병부담은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폐렴구균 폐렴의 75%가 균혈증(Bacteremia)을 동반하지 않는 비침습성 폐렴구균 폐렴이다. 나머지 25%는 균혈증(Bacteremia)을 동반한 침습성 폐렴구균 폐렴이다. 국내 폐렴 원인균의 20~40%는 폐렴구균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통계를 보면 폐렴구균질환 중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은 연간 약 8700명, 비침습성 폐렴구균 폐렴(NBPP)은 연간 약 5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남성심병원의 통계를 보면 폐렴구균 뇌수막염 환자는 1~2명, 균혈증 환자는 10명 내외인 반면, 비침습성 폐렴구균 폐렴은 연간 약 100명이 발생했다.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접종되는 PPV의 비침습성 폐렴구균 폐렴 예방효과가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PPV의 주요 예방범위는 IPD다. 비침습성 폐렴구균 폐렴에 대한 예방효과는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았다. 최근 여러 메타분석 결과 폐렴 예방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영국의 경우 과거 65세 이상 인구의 PPV 접종률이 90% 이상, 미국 역시 70~80%의 접종률을 기록했지만 성인의 IPD의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오히려, 2000년 영유아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PCV7(프리베나7)을 도입하고 2000년대 성인 IPD가 60%에서 40% 정도로 줄었다. PCV7의 군집면역 효과로 보인다.
성인 PPV 접종 효과보다 영유아에 대한 PCV 효과가 더 좋았다는 말인가?
그렇다. PPV는 다당류를 항원으로 하고 있어 B세포 면역만 관여한다. PCV는 B세포가 항체를 생성할 때 T세포가 도움을 줘 양질의 항체를 다량으로 생성한다. 이로인해 면역기억력이 생겨 더욱 우수한 면역원성을 가진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폐렴, 뇌수막염은 다당류(polysaccharide)가 원인이 되는 항원을 가진 질환이다. 이 중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4가)는 이미 PCV 백신으로 전환됐다. 뇌수막염(5가) 역시 PCV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폐렴구균은 질병을 일으키는 혈청형의 숫자가 90개로 워낙 많다 보니 많은 혈청형 수를 가진 PPV23이 아직 살아남았다. PPV23이 커버하고 있는 혈청형 이상의 PCV가 출시되면 폐렴구균백신 역시 PPV에서 PCV로 빠르게 전환될 거다.
PCV(PCV7·PCV9)를 접종받은 영유아의 모든 원인에 대한 지역사회획득성 폐렴 예방효과는?
27% 정도로 나타났다. IPD 예방효과는 90% 정도다. 27%라는 수치가 낮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0%에서 27%가 된 것인만큼 상당한 수치다. 영유아의 PCV 예방효과가 성인에게도 유의미한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CAPiTA다.
CAPiTA 연구는 네덜란드에서 했다. 네덜란드는 유럽 여러 국가와 달리 PPV를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하고 있지 않아 폐렴구균백신의 효과를 확인하기 적합한 국가였다.
8만 5000명의 6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CAPiTA 연구에 따르면 PCV 도입 후 백신형 지역사회획득성 폐렴이 45.5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형 비균혈증성/비침습성 지역사회획득성 폐렴은 45%, 백신형 침습성 폐렴구균질환은 75% 줄었다.
미국의 연간 비침습성 폐렴구균 폐렴 환자 50만명 중 25만명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엄청난 일이다.
미국에서 PCV13의 비용효과를 측정한 결과, PCV13의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가 3~4만달러 내외로 나타났다.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미국은 PCV를 먼저 접종하되, 추가 혈청형에 대한 예방을 위해 PPV를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PCV13 비용효과 데이터가 나오기 이전에도 면역저하자에게 두 가지 백신을 모두 접종하라고 권고하고 있었다. 현재는 면역저하자뿐 아니라 65세 이상에게도 두 가지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예방접종 자문위원회(ACIP)는 65세 이상 성인에서 13가 단백접합백신을 먼저 접종하고 12개월 후 23가 다당질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3가 다당질백신을 먼저 접종하고 1년이 지나고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면 된다. 65세 이전 23가 다당질백신을 접종한 경우 1년 뒤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하고 첫 23가 접종 이후 5년이 지난 후 23가 다당질백신을 재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PCV와 PPV의 접종 간격이 좁아지면 PPV의 다양한 혈청형으로 인한 면역피로 현상으로 PCV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최소 1년의 간격을 두고 접종하도록 하고 있다.
폐렴구균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입원기간과 입원율을 줄일 수 있나?
그렇다. 65세 이상의 경우 국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어 접종률이 80%를 넘었다. 하지만 65세 미만 접종률은 낮다. 폐렴구균 역시 만성질환자의 백신 접종률이 저조하다.
노인 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업 이후 PPV23 접종률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되나, 여전히 PCV 접종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