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육성 1조4천억원 받은 결과는?

한의약육성 1조4천억원 받은 결과는?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10.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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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노벨상 이용해 의료기기 허용 목소리 높여
한특위 "수상 의미 아전인수...안전성 검증이 우선"

대한한의사협회가 자체적으로 의료기기 교육센터를 설치, 한의사를 대상으로 현대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법을 교육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예고했다.

한의협은 12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관련 한의학 과학화를 위한 한의협 입장'을 통해 정부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용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 확대 개편 △한약 관련 전문부처 설립 △대통령 직속 한의학육성발전위원회 설치 △중국의 세계화 전략에 맞선 한의학과 한의사들의 중동 진출 지원 △국공립 의료기관에 한의과 의무 설치 및 한의학 연구 인프라 확충 등 6개 요구사항을 제안했다.

한의협은 "2014년 12월 규제기요틴에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발표한 이후 10개월 간 의료계의 방해를 핑계로 방치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이제는 한의사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며 "한의학의 과학화·현대화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위해 협회 내에 의료기기 교육센터를 설치해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추가적 교육을 우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번 중국의 노벨상은 중의학이 아닌 약학을 통해 이루어낸 일이다.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고 답변한 데 대해 "노벨상 수상자는 물론 중국 총리를 포함한 중국 전체가 중의학의 성과임을 말하고 있음에도 이를 애써 부정하며 자기합리화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부터라도 한의학에 대한 인식과 의학 일변도의 의료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힌 한의협은 "한의학에 대한 육성 지원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중국보다 훨씬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60년 먼저 시작한 중국의 중의학 육성 발전을 10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이미 노벨 위원회에서 이번 중국의 노벨의학상은 중의학과 관련 없음을 명확히 했음에도 한의협이 어거지를 부리고 있다"며 "아스피린은 고대 이집트 요법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노벨상까지 받았지만 그 누구도 아스피린을 '고대 이집트 요법의 개가다, 이집트 요법에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특위는 "이미 1∼2차 한의약육성 발전계획에 따라 한방에 정부는 약 1조 4000억의 돈을 쏟아 부은 반면에 노벨상 수상이 가능한 연구를 위한 투자는 180억원에 불과하다"며 "한의계는 1조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지원을 받았음에도 자신들에게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고도 이렇다할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2006∼2010년까지 5년에 걸쳐 제1차 한의약 육성발전계획으로 총 3968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중 한의약 R&D 사업에만 2507억을 투자했다. 2011∼2015년까지 제2차 한의약 육성발전계획에는 총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하고, 한의약 R&D사업에 3412억원을, 한의약 산업화에 3414억 원을 투입했다.

"선진국 어떤 나라도 전래요법을 하는 사람을 의사로 취급하고, 현대 의료기기를 허용한 나라는 한나라도 없다"고 밝힌 한특위는 "중국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의료선진국인걸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도 12일 "환자들이 받는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를 검증해 환자를 보호하는 일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라며 "한방 치료의 대부분은 현대 의학계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준의 근거가 없거나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고, 한약 대부분은 안전성 조차 검증받지 않았다. 노벨상을 받는 국가가 되는 것보다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시적인 치료법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가 되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 국가 차원에서 국제적인 '근거중심의학'의 기준에 못 미치는,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기에는 질이 떨어지는 임상시험을 지원할수록 대한민국의 국격은 추락한다"며 "국가 예산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질적 수준의 임상시험에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의약 연구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과의연은 "단 돈 1000달러면 개인 게놈의 30억 개 문자 전체를 해독하는 시대인데 우리 조상이 창조했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네 가지 체질을 연구하는 사상의학에 10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 사례는 노벨상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쓸모없는 것부터 가려내는 일이다. 한의학을 억지로 과학으로 포장하려 답을 정해놓은 가짜 연구를 중지하고 21세기 과학과 의학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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