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과체중군서 가족력 있으면 혈액검사 급여화 해야
대한비만학회 13일 비만예방의 날 정책토론회...부모 역할 중요
정소정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건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13일 대한비만학회가 주최한 비만예방 및 대책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비만 실태 및 문제점' 주제발표를 통해 "영유아와 소아청소년이 백세까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선별검사를 전체로 확대하고, 국가 차원에서 저체중과 과체중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나라에도 과체중을 뺀 비만정책은 없다"고 강조한 정 교수는 "현행 비만관리 기준인 체질량지수(BMI)는 비만이 심한 경우에는 선별검사로 사용할 수 있지만 과체중 소아에서는 지방도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며 "체성분을 새로운 비만 관리 기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4년 한국 아동·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15%에 달한다. 하지만 비만 전 단계인 경계성 과체중까지 포함하면 관리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은 대폭 늘어난다.
정 교수는 영유아검진과 학생건강검사에서 고혈압과 당뇨병을 비롯한 질병군만 통계에 포함한 채 경계군을 정상군으로 분류, 별다른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과체중군에서 비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혈액검사를 통해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발병하기 전에 조기진단과 관리를 해야 효과적"이라고 밝힌 정 교수는 "영유아검진과 학생건강검사에서부터 경계군을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기준을 개선하고, 진료와 연계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급여화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아동·청소년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부모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정책이사는 "비만인 부모의 아들이 비만일 위험은 2.8배 높고,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자녀가 비만일 위험은 5배 가량 높다"며 "자녀가 어릴 때 비만이 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와 학교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비만 정책의 실무를 이끌고 있는 나성웅 건강정책과장은 "정부 정책이 암·심뇌혈관질환 등 치료중심의 4대 중증질환에서 앞으로 고혈압·당뇨·비만 등 만성질환 관리 분야로 옮겨가야 하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비만 정책과 사업이 여러 부처와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상호 협력과 유기적인 통합을 통해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과장은 "올해 관련 부처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모두 살펴보고, 민관 협력을 통해 종합적인 초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아동·청소년 비만예방관리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연구와 통계작업부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비만 관련 연구자와 이해 당사자와 함께 한국사회에 맞는 비만 관리와 건강생활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비만 진단 기준을 확립하고, 고도비만 치료 급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책토론회에서는 강재헌 인제의대 교수가 '학교 현장에서 아동청소년 비만예방 관리 경험'을 들려줬으며, 오상우 동국의대 교수가 '비만관리 정책 방향-해외 사례'를 소개, 한국의 현실에 맞는 비만관리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정책토론회를 마련한 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가톨릭의대 교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불규칙한 생활·늦은 저녁식사·스마트폰 중독 등 부모의 나쁜 생활습관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흡수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라며 "아동청소년 비만의 80%까지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고혈압·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자아존중감 하락과 학업성취도 저하로 인해 우울증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성인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3조원을 넘어었다. 영유아와 소아청소년 단계부터 비만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비만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갖춘 교육자를 양성해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비만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민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비만예방의 날 기념식에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참석, 아동·청소년은 물론 국민의 비만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추진에 힘을 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