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발목잡힌 복지위 예산심사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발목잡힌 복지위 예산심사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5.11.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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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모든 국회일정 '보이콧'...예산소위 일정 '무기한 연기'
법안소위 '원격의료 의료법·국제의료지원법' 심사도 미뤄질 듯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것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 여파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의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던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이하 보건복지위 예산 소위) 일정도 파행했다.

보건복지위는 2일 예산 소위를 열어 보건복지부의 복지 분야 예산과 보건의료분야 공공의료 예산 등에 대해서 심사했다. 여야가 예산 증액과 예산 전액 삭감으로 이견을 보이는 원격의료 관련 예산심의는 3일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외에도 메르스 사태 등과 관련된 감염병 관리, 희귀난치성 질환 의료비 지원, 질병관리본부 운영 지원, 한의약 육성 등 보건의료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3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3일 오전 10시부터 실시될 예정이었던 보건복위 예산소위는 오전은 물론 오후에도 열리지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여야가 극한 대립하고 있는 원격의료 예산 등 내년도 보건의료 관련 예산 심의 등을 마무리해, 애초 5일 열릴 예정이었던 전체회의에 예산안을 상정·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예산소위 예산안 심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전체회의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원격의료 제도화 구축 예산으로 총 12억 300만 원을 계상했다. 예산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원격의료 조사·연구 및 데이터 DB 관리에 5억 5,300만 원, 해외원격의료진출 지원 3억 원, ICT 기반 보건의료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3억 5000만 원 등이다. 이는 지난해 총 3억 5000만 원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 예산 등에 비해 8억 5300만 원이 증액된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1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 결과 등을 근거로 원격의료의 유효성·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예산 전액 삭감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여당 측은 오히려 5억 원의 예산 증액을 주장해, 예산 소위에서 양보 없는 설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예산 소위 일정 차질과 관련 모 여당 측 관계자는 "야당 측이 국정교과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임위원회 일정까지 거부했다. 보건복지위 일정 차질의 책임은 전적으로 야당 측에 있다"면서 "지금으로써는 언제 다시 예산 소위가 재개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모 야당 측 관계자는 여당 측의 책임론 제기에는 말을 아끼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예산 소위 재개 여부와 일정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위 예산 소위 일정이 연기되면서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여당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 추진의 법적 근거를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과 국내 의료기관과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 등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내용의 국제의료사업지원 제정안 등을 법안소위 논의 안건으로 채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두 법안의 입법화를 반대해왔던 야당이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까지 강행한 상황에서 법안소위 안건 채택에 동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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