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정부 관련 부처와 산하단체 그리고 일부 정치권에서 실손보험 진료비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적절한 대응으로 실손보험 진료비 심평원 위탁 시도를 저지했다.
지난해 연말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수탁해 심사하는 것을 참조해 실손보험 비급여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는 법령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실손보험 진료비 심평원 위탁 시도가 본격화됐다.
이에 의협은 즉각 반대 성명서를 내고 "심평원은 건강보험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기 위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인 심평원이 실손보험 심사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꼴"이라면서 "민간보험 대책 TFT를 구성해 금융위 방안에 대해 조직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시민단체 등 유관단체와 공조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3월 10일 당시 제39대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신분이었던 추무진 의협회장은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을 방문해, 실손보험 진료비 심사를 심평원에 위탁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 의료영리화로 귀결될 것이라며, 심사 위탁 저지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런 의협의 심사 위탁 저지 노력은 4월 보건복지부와 산하단체 업무보고에서 바로 나타났다. 문정림 의원이 심평원 산하 미래전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진료비 심사수탁에 대해 논의한 정황을 포착해, 손명세 심평원장에게 사실 여부를 강력히 추궁했다. 손 원장은 심사수탁을 논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손 원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국회법상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힐난했다.
이후에도 의협은 심평원이 실손보험 진료비를 심사하면 의사들의 진료축소와 방어진료를 초래해 피해를 국민이 입게 될 것이라며 전문가단체의 소신을 꺾지 않았다. 시민단체도 의협의 반대에 동조하고 나섰다. 5월 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최한 '국민 의료비 효율적 관리 방안 마련 위한 토론회'에서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국 팀장은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 진료비까지 심평원이 심사하게 된다면 결국 비급여 진료비의 삭감이나 규격화로 소비자 선택이 저하되고, 진료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위탁심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춘진 의원이 6월 중으로 실손보험 진료비 심평원이 위탁 심사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를 또다시 긴장시켰다. 다행히도 개정안 발의로 이어지지는 않아 의료계는 안도에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락되는가 싶었던 실손보험 위탁심사 논란은 11월 17일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정무위원회)이 뜬금없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다시 촉발됐다. 정기국회 기간 중이어서 자칫 해당 개정안이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추무진 의협회장과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오 의원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오 의원이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운회에서 자신이 발의한 문제의 개정안을 심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