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치료 시 심리학적 특성 평가하고 인지행동치료 제공해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김재림 교수 연구팀 [Sleep Medicine] 발표
'장기적 목표에 대한 끈기와 열정'을 뜻하는 심리학적 특성인 그릿(GRIT)이 강할수록 불면증 발병률과 중증도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리적 특성은 불면증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면서 후천적으로 교정이 가능하므로 인지행동치료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김재림 교수 연구팀은 그릿(GRIT) 특성에 주목, '한국인 수면-두통 연구 설문'을 통해 수집한 2500여 명의 데이터를 회귀 분석, 불면증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결과를 세계수면의학회 공식 학술지 [Sleep Medicine] 최근호에 발표했다.
불면증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잠에 들더라도 자주 깨는 등 수면의 질이 크게 낮아지는 질환. 성인 3명 중 1명이 겪을 정도로 흔하다. 방치 시 정신 질환·심장 질환·당뇨병·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릿 척도(Grit Scale)는 앤젤라 더크워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교수이자 심리학자가 개념화한 것으로 장기적 목표에 대한 끈기와 열정(perseverance and passion for long-term goals)을 뜻한다. 그릿은 근성·끈기·대담성·회복 탄력성·야망·성취욕·성실성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좌절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적으로 성취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전체 응답자의 평균 그릿 점수는 3.27점(5점 만점)으로 조사됐다. 불면증 호소 비율은 1.5점 이상 2.0점 미만 최하 구간에서 75%로 높은 반면에 3.5점 이상 4.0 미만 9.3%, 4.0 이상 4.5점 미만 8.5%, 4.5 이상 0.0%로 상위 구간일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릿 점수는 불면증의 중증도와도 역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릿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불면증을 호소할 확률은 60% 감소했으며, 수면 질 저하를 겪을 확률도 45%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면증 치료는 최근 들어 약물 치료에 앞서 수면을 방해하는 생각·행동·습관 등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 약물치료만으로는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고, 의존성 및 내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리적 특성은 후천적으로 교정이 가능해 인지행동치료에 반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윤창호 교수는 "그간 그릿 특성은 학업 및 직업적 성취와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이고, 불면증 감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면서 "그릿은 우울증 등 불면증 유발 요인에 대해 완충 작용을 하고, 압박·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우리 몸의 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불면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윤창호 교수는 "불면증 치료 시 환자의 그릿을 평가하고, 이를 함양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릿 척도 테스트 주소(https://angeladuckworth.com/grit-sc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