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의사회 일제히 긴급 회의 소집 '투쟁' 선언
추무진 의협회장 "모든 역량 투입, 강력 저지" 각오
의료계가 의료일원화 논의 과정의 혼란을 접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저지를 위한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한국여자의사회·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전문과목별 의사회 등은 22~23일 일제히 궐기대회, 긴급회의 등을 개최하고 정부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경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각오를 표명했다.
대구광역시의사회와 경상북도의사회는 22일 회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궐기대회를 열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허가 계획 즉각 중단 ▲불합리한 한의협 지원 즉각 중단 ▲무책임한 관치의료 즉각 철회 ▲한의협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 철회 등을 촉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끝까지 뭉쳐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라북도의사회도 22일 상임이사와 중앙대의원·시군구 의사회장 등이 모인 가운데 긴급 임원진 결의대회를 갖고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일부 허용하는 정부 발표가 나파 경우 전면파업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같은 날 전라남도의사회도 긴급 시군의사회장단 및 임원 연석회의를 갖고 "과학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경제의 논리로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한의계는 현대과학이 피땀으로 일군 결과에 무임승차하지 말고 한의학의 본질을 찾아내는데 노력하라"고 충고했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은 국민에게 심각한 폐해를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울산광역시의사회는 23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고"학문적 근거와 전문성 없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결국 진단과 치료시기 지연 등으로 인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미칠 것"이라며 "이중진료로 인한 의료비 자원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방 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한 부산시의사회 긴급 대표자 회의'를 개최한 부산광역시시의사회도 "국민을 위해 잘못된 규제 기요틴을 철회하기를 인내하며 기다려 왔지만 정부는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위험천만한 보건의료 규제 기요틴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면 파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인천광역시의사회 역시 시·구·군 임원과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해야 할 만큼 한의학의 허구성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국민의 눈과 귀를 우롱하는 한의학 육성책을 계속 들고 나오고 있다"면서 "국민건강권 수호를 위해 직능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이 정부·한의협과 함께 의료일원화 방안을 논의해 온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충청남도의사회는 "한의사의 불법적인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혈액검사를 포함한 여타의 의료행위가 정부로부터 인정될 경우 파업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를 중단할 것"이라며 "의협은 한의학이 퇴출의 대상이지 일원화의 대상이 아님을 천명하고 의료일원화를 위한 협의체에서 즉각 탈퇴하라"고 요구했다.
경상남도의사회는 의료일원화 자체의 무용론을 제기했다. 의사회는 22일 긴급 임원·의장단·시군회장 연석회의에서 채택한 성명에서 "한의사는 갑오경장 때 이미 구시대 유물로 폐지됐다 전쟁의 혼란한 시기에 의사 부족을 핑계로 제2종 의료인으로 편입돼 현재의 의학과 한방이 공존하는 기형적 의료형태가 존재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절대 의료가 이원화된 것이 아닌 만큼 의료일원화란 말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의료현안 협의체의 즉각적인 탈퇴와 강력한 대처를 의협 집행부에 주문했다.
전공의와 여의사들, 의대생들도 의료계 투쟁 열기에 힘을 보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전국민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실험하려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만약 영리적 목적으로 무책임하게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들에게 허용한다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비상체제로 전환할 것이며, 전공의 총파업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국민 안전과 의료의 전문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 등 강력한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22일 성명을 내어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된다면, 전국 의대생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비상전체학생총회 준비에 돌입해 젊은 의학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과목 개원의사회도 앞다퉈 투쟁 의지를 다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의료계를 무시하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을 계속 추진할 경우 전면적인 대정부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역시 "정부는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보건 의료문제를 경제논리로 접근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의료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국 개원내과의사회 회원 일동은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투쟁에 동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23일 "현재 집행부가 할 일은 비대위와 함께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허용을 강력히 저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정책을 발표할 경우 회원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리스트가 올해 안에 발표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 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사안이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규제기요틴 정책에 포함된 아젠다인 만큼 주무부처를 거치지 않고 일방 공표될 가능성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