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가 만성통증 환자...이 중 0.1%는 난치성 통증
표준화된 치료 지침 없어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제정 시급
현재 표준화된 치료 지침이 없는 통증치료의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시됐다.
대한신경통증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정율 고대안암병원 교수(신경외과)는 12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암 같은 중증질환으로 인한 통증이나 노령화로 척추나 어깨 등 신체부위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한 만성통증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성통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10%이며, 이 중 0.1%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대상포진후신경통 등 난치성 통증을 앓고 있다"며 "난치성 만성통증 환자의 50~70%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괴로워하며 25%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성통증을 적절하게 관리만 한다면 90% 이상이 치료 가능하다며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30년이 되면 성인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의학계와 정부 등 관련기관이 함께 통증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과거 암이나 치매 극복을 위해 국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처럼 앞으로는 통증관리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 관련 단체, 학회 등 범차원적인 통증관리 체계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다제학적-다면적 접근으로 만성통증 환자들에게 맞춤형 전인적 통증관리를 제공하려면 의료관계자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사업, 보건의료사업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총체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보건복지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통증관리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의대 교육과정에 통증치료 부분이 없다는 점을 들며 통증치료 및 노인의학 과정을 신설할 것과, 한국형 통증치료 가이드라인 제작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통증치료는 여러 진료과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치료 내용이 통일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또 암성 통증과 신경병증성통증, 수술후통증증후군 등의 치료제와 최신 수술치료는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됐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
그는 "의료진 입장에서 통증치료는 진료 수익이 3∼5%에 불과해 개원의에서는 비급여진료를 생존전략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환자 부담을 덜고 의료진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체계화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가이드라인의 경우 외국의 통증치료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형 지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내년 6월 신경통증학회에서 한국형 가이드라인 지침을 배포할 예정"이라며 "같은 신경차단술이라도 영국에서의 치료비용은 65만원인데 미국은 25만원이다. 무조건적인 벤치마킹이나 단일화가 아닌, 의료 전문가 집단의 공론화와 성찰을 통해 바람직한 한국형 치료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