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한의협과 매듭, 의료계 우려할 일 없어"
조만간 법사위 재상정, 본회의 통과 가능성 유력
일부 국회의원들의 '한의사 편들기'식 주장으로 심의가 중단된 연명의료법안이 한의사를 배제하는 원안의 방향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은 연명의료법상 연명의료 결정 의료인 범위에 원안에는 없던 '한의사'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결국 법안 심의가 보류됐다.
이후 한의협의 국회 로비 의혹과 해명이 이어지며 논란이 지속되자, 보건복지부는 4일 한의협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연명의료법상 연명의료 결정권을 한의사에 부여할지에 대해 협의했다. 본지 취재결과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연명의료 결정권을 한의사에게 부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협 측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했다"면서 "합의 내용을 법사위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의원들에게 알리고 설명하기 전에 공개하는 것은 법안 제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의협 측에 기존 법안 조문 구성에 대한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연명의료 결정권을 한의사에게 부여하지 않기로 한의협과 합의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법에 대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연명의료는 의학적 시술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한의사에게 연명의료 결정권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연명의료법은 회복 가능성이 없음에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 특수장비에 의존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는 임종과정의 환자가 중단할 수 있는 조건과 절차를 정의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때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등 의사가 시행하는 의학적 시술로 한정하고 있다.
복지부의 설득으로 한의협 측도 연명의료법 원안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만간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면 연명의료법 원안이 재상정돼 통과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2월 30일 법사위에서 김진태 의원은 "연명의료법은 양의(의사)가 하던 것만 집어넣어 연명의료의 개념을 축소시켰다.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우려되므로 침 시술 등 한의사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의사도 사망진단서 발급 권한이 있는데 왜 연명의료 결정에서는 배제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부분에 대해서 더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 역시 "법안을 아무리 읽어봐도 특수연명의료와 일반연명의료를 구분해놓은 것이 없다"면서 일반연명의료에 대해서는 한의사의 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법안의 법사위 상정 전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논의돼, 법안이 연명의료를 특수연명의료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연명의료 결정권은 의사에게만 부여하기로 일단락된 바 있다.
더욱이 이런 문제 제기의 원인이 대한한의사협회가 해당 의원들에게 한의사에게도 연명의료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력히 설득한 결과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한의협에 쏟아졌다. 그러자 한의협은 3일 "연명의료법 통과가 지연된 것은 한의사들과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