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노인요양시설 20곳 529명 조사...안전한 약물 사용 대책 마련해야
황희진·김상환·이강수 연구팀 'Drugs-Real World Outcomes' 발표
노인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한 노인의 절반 이상이 부적절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황희진 교수(가정의학과)·김상환 박사(노인기능연구소)와 이강수 차의과대학 교수(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공동연구팀은 노인장기요양시설 20곳에 입소 중인 65세 이상 노인 529명의 약물처방례를 미국노인병학회(AGS)가 제시한 주의 의약품 처방(Beers Criteria)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약물(Potentially Inappropriate Medications, PIM)' 복용 비율이 58.2%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노인장기요양에 관한 국내 최초 코호트 연구인 'Long term care Of elderly Via KorEan network study(LOVE)'의 하나로 진행됐다.
연구결과, 노인장기요양시설 입소 노인환자들은 1∼2개의 잠재적으로 부절절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 종류로는 중추신경계 약물이 58.7%로 가장 많았고, 항콜린성 약물이 21.2%로 뒤를 이었다.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약물(PIM)'이란 처방된 약물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대체약물이 있거나, 약물을 사용했을 때 유익성 보다 위험성이 더 큰 경우를 뜻한다.
황 교수팀은 "중추신경계 약물은 인지기능 장애·졸음·진정작용·기억력 장애 등 다양한 약물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적절한 약물사용은 치료효과를 감소시키고, 약물이상반응과 유해 사례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의료 이용도와 입원율을 증가시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특히 노인 환자에서는 약동학적 특성을 비롯해 약력학적 특성의 변화로 약물이상반응이 일반 성인에 비해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염이나 가려움증에 쓰이는 항콜린성 약물들도 부교감신경 억제작용으로 인해 노인에서의 사용이 잠재적으로 부적절한 약물로 분류하고 있다.
부적절한 약물사용은 약물 갯수가 많거나 장기요양등급 3등급에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황 교수는 "노인의 경우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각 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약물들이 필수불가결하게 요구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약물의 특정 갯수를 지정하여 다중약물처방이라고 하는데는 무리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 교수는 "'Beers Criteria'은 노인환자에서 PIM 처방을 고려하는 데 있어 하나의 지침이 될 수는 있지만 약물처방의 적절성 평가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임상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태·개별 특성·경과 등을 고려해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Beers Criteria'에서 제시한 약물을 포함하고 있다고 이를 부적절한 처방이라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노인장기요양 환자의 약물 복용에 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노인복용 약물을 일률적인 기준에 의해 제한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지적했다.
연구결과는 <Drugs-Real World Outcomes> 최신판에 발표됐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미국노인병학회(AGS)가 발표한 'AGS 2012 Beers criteria'를 근거로 지난해 10월 1일부터 ▲운동실조·과진정 등이 나타나기 쉬운 장기지속형 벤조다이아제핀 13개 성분 ▲기립성 저혈압, 항콜린 작용에 의한 구갈·배뇨곤란 등이 나타나기 쉬운 삼환계 항우울제 7개 성분으로 소량부터 신중하게 투여해야하는 것이 권장되는 의약품 등 20개 성분을 '노인주의 의약품'으로 발표, 의약품 안심서비스(Drug Utilization Review, DUR)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DUR 점검 서비스는 의약품 처방·조제 단계에서 ▲병용금기·특정 연령대 금기·임부금기 의약품 ▲안전성 관련 사용(급여)중지 의약품 ▲동일성분 중복 및 효능군 중복의약품 ▲용량·투여기간·분할 투여 등 주의 의약품에 대해 점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