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자금 의혹 옮겨붙을 수 있어 우려
약계, 선거 후유증 탓 중재 쉽지않을 듯
일반약 슈퍼 판매 저지투쟁 기금 3억원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대한약사회가 지난 2011년 일반약 슈퍼판매 저지를 위해 약사로부터 모금했던 '국민건강수호기금(의약품 슈퍼판매 저지투쟁성금)' 중 3억900만원의 유용 의혹이 최근 제기돼 약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당시 약사회는 일반약 중 일부 가정상비약을 슈퍼판매해야 한다는 각계의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 등을 만나 슈퍼판매 반대입장을 한창 알리던 시기였다.
투쟁기금의 성격과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투쟁 기금의 일부가 유용됐을 수 있고 로비자금 등으로 전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투쟁기금 사용처 공개요구에 약계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양새다.
슈퍼판매 저지투쟁성금 유용의혹을 최근 제기한 측은 이병준 현 대한약사회 약국위원장.
이 위원장은 당시 약사회 전 회장이던 김구, 전 부회장 김대업씨에게 "투쟁성금 사용처를 낱낱이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투쟁성금의 유용 등에 대한 법적해석을 받기 위해 "검찰 고소도 고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약사회로서는 '쉬쉬'하고 싶은 당시 투쟁기금의 전용 혹은 유용 의혹이 현 집행부측에 의해 내부고발 형태로 제기된 배경은 올해 치러진 약사회장 선거의 후유증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위원장은 올초 치러진 약사회장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김대업 전 부회장의 투쟁 기금 전용의혹을 제기했다가 김 전 부회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상태다.
김대업 전 부회장은 이병준 위원장의 주장에 "검찰 고소를 하면 될 걸 중계방송하듯 언론에 지속해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허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다"며 불쾌한 심정을 밝혔다. 검찰고발을 통해 기금 유용 의혹을 밝히는데 주저할 것 없다는 입장도 보였다.
현 집행부와 전 집행부가 일반약 슈퍼판매 투쟁기금 전용 의혹을 제기하며 갈등을 빚자 약계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금의 성격상 각종 대국회, 대정부 활동에 쓰였을 투쟁기금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전용된 기금이 정치권 등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7일 "선거가 끝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선거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약계가 분열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며 서둘러 사태봉합에 나섰지만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약사회는 일반약 슈퍼판매 목소리가 높던 2011년 7월 긴급서면이사회를 통해 투쟁 기금 징수를 결의하고 12월 9억 8575만원의 특별회비를 모았다. 당시 '심야응급약국특별회비'로 남아있던 2억 6575만원을 용도변경해 투쟁기금에 몰아주며 약 13억원의 '총알'을 마련했다.
김구 집행부는 투쟁기금을 일간지와 라디오 광고(6억 2900만원)와 미니현수막 제작(1억 170만원), 지퍼백 제작(1억 500만원) 등에 쓰고 현 조찬휘 집행부에 235만원만 이월했다.
조찬휘 집행부는 투쟁기금 이월 당시인 2012년부터 투쟁 기금 사용에 문제가 있다며 특별감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기금의 성격이 민감해 제대로된 감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때 서둘러 봉합한 상처가 최근 회장선거 후유증으로 다시 벌어진 셈이다.
약계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양측의 '치킨게임'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