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불린 치료군 2.7개월 생존기간 연장
고령환자에서도 치료 효과·안전성 입증
최신항암화학요법의 등장으로 전이성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5~10년으로 늘어나면서,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이 아닌 부작용 관리와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한 치료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4월 29일 열린 제6차 세계유방암학술대회 및 한국유방암학회 학술대회(GBCC 2016) 중 '맞춤형 치료 시대에서 항암화학요법의 역할'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에리불린 메실산염(Eribulin Mesylate, 제품명 할라벤) 단독요법이 독성은 낮으면서 치료효과는 우월한 것으로 조명됐다. 연자로 나선 영국의 Leaders in Oncology Care 종양학분야 의학고문 앨리슨 존스(Dr. Alison Jones) 박사는 에리불린의 업데이트된 임상결과를 근거로 에리불린 단독요법의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편집자 주> |
바다에서 찾은 천연물질 기반, growing phase 에만 작용하는 독특한 메커니즘
에리불린은 '할리콘드리아'라는 해면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을 기반으로 합성된 비탁산계 미세소관 표적항암제다. 에리불린은 ▲비가역적으로 미세소관의 positive end에만 결합해 ▲미세소관의 성장을 저해하고, ▲비생산인 튜뷸린(세포 내 미세소관의 구성 단백질)을 응집시켜 세포의 사멸을 유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탁센(taxane)이나 비노렐빈(vinorelbine) 등은 미세소관의 측면 또는 내부에 결합해 성장 및 단축을 모두 억제하지만, 에리불린은 미세소관의 말단에서 성장만을 억제하기 때문에 타 억제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도 유효성을 나타낸다.
독성 높지 않으면서 우월한 치료효과 입증
강도 높은 사전치료를 받은 전이성유방암 환자에서 에리불린의 활성도를 확인시켜준 다수의 2상 임상연구(201, 211 study)에 따르면, 에리불린은 진행성 질환에서도 약 11%의 객관적 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을 보였다.
이를 토대로 에리불린의 대규모 3상 임상연구인 EMBRACE(Eisai Metastatic Breast Cancer Study Assessing Physician's Choice Versus Eribulin)가 시행됐다. 이 연구를 통해 임상의가 선택한 단일제제를 투여 받은 대조군(treatment of physician's choices, 이하 TPC군)과 에리불린 단독요법 환자군의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을 평가했다. 즉 에리불린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치료제의 효과를 비교한 것이다.
안트라사이클린계와 탁산계 약물을 포함해 2~5종의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있는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총 762명이 참여했다(에리불린군 508명, TPC군 254명). 이는 유방암 치료에서 흥미롭고도 다소 새로운 시험 설계 방식이었다. 762명은 마지막 항암화학요법 처방을 6개월 이내에 받고 질환이 진행된 환자들이다.
대조군(TPC군)에서 의사들이 주로 선택한 치료제는 비노렐빈·젬시타빈·카페시타빈 등이었다. 탁산계·안트라사이클린계 기타 다른 항암화학요법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은 환자도 있었다. 최적의 지지요법이나 생물학적 제제만 단독으로 받은 환자는 없었다.
환자들이 이전에 받은 항암화학요법 횟수의 중앙값은 4번이었으나, 4번 이상의 화학요법을 투여 받은 환자도 2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 노출정도를 살펴보면 약물 노출기간의 중앙값은 에리불린 투여군 3.9개월, 대조군은 2.1개월이었고 용량 감소, 투약 중단·지연은 두 군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 결과, 에리불린 치료군의 생존기간은 평균 13.2개월, TPC군은 10.5개월이었다. 에리불린은 대조군보다 생존기간을 평균 2.7개월 유의하게 연장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결과다. 기존 세포 독성약물(항암화학요법)보다 더 나은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여주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기 때문이다.
1년 생존율도 에리불린군은 54.5%로 TPC군 42.8%보다 높아 에리불린의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에리불린군 3.7개월, TPC군 2.2개월이었는데 통계학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이는 샘플 크기, 특정 시험 후 받은 치료 등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에리불린군과 TPC군이 비슷했으며 이로 인한 치료 중단율도 유사했다. 호중구 감소증 발생률은 TPC군 보다 에리불린군에서 더 높았으나 열성 호중구 감소증 발생율은 약 5%대로 조절 가능한 독성이라고 할 수 있다.
비혈액학적 이상반응인 말초 신경병증은 다른 화학요법 시에도 예상되는 정도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고령 환자에서도 치료효과·안전성 확인
연령군별 생존기간을 살펴보기 위해 EMBRACE 연구 이후 추가로 데이터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에리불린은 연령에 무관하게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약제임이 입증됐다. 에리불린 투여군을 ▲50세 미만 ▲50세~60세 미만 ▲60세~70세 미만 ▲70세 이상으로 나눠 전반적 생존기간을 분석한 결과, 나이는 치료효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호중구 감소증을 포함한 부작용 발생률 또한 증가하지 않았다. 실제로 신경병증은 노인 환자집단에서 발생률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에리불린은 고령환자를 포함해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약물임이 입증됐다.
같은 계열 약제 또 쓰기보다 다른 약제 전환이 유리,
'에리불린으로 전환 시 타 약제 대비 OS 약 2.6개월 연장'
항암화학요법 이후 전이·재발 됐을 때 전과 같은 계열의 약제를 사용하면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에리불린군의 전반적 생존기간(OS)이 안트라사이클린계·탁산계 등을 포함한 대조군보다 향상된 것 아니냐는 일부 견해가 있었다<그림 1>.
이를 평가하기 위해 대조군을 ▲동일 계열 약제를 투여한 환자군(re-challenged patients)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excluding re-challenged patients)으로 나눈 하위분석 연구를 했다. 연구 결과 ▲이전과 다른 계열의 약제를 첫 사용한 환자군과 대조해도 에리불린으로 전환한 환자군의 생존기간이 약 2.6개월 연장됐다는 점이 유의하게 입증됐다<그림 2-하>.
이는 기존에 제기된 의문을 불식시키고 에리불린의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재입증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물론 ▲동일 계열 약제 재투여군에 비해서도 에리불린군의 생존기간이 향상됐다. 이전과 같은 계열의 약제를 투여한 대조군의 생존기간은 10.7개월인 반면, 에리불린으로 전환한 환자군의 생존기간은 13.1개월이었다<그림 2-상>.
많이 사용하는 탁산계 약제는 계속 사용하면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때 에리불린과 같은 새로운 기전의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에리불린의 우월한 치료효과
이전에 안트라사이클린계와 탁산계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있고, 구제 요법으로 2회 이하의 치료를 받은 국소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환자 1100명을 대상으로 에리불린과 카페시타빈(Capecitabine)의 효능을 1:1 분석했다.
연구 결과 평균 생존기간은 에리불린군 15.9개월, 카페시타빈군 14.5개월로 에리불린군에서 더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삼중음성유방암(TNBC) 환자군의 경우 에리불린군 평균 생존기간이 카페시타빈군 대비 5개월 가량 연장돼 에리불린군의 우월적 치료효과가 확인됐다(에리불린 14.4개월, 카페시타빈 9.4개월).
환자의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 지수는 두 치료군에서 모두 향상됐으나 전반적으로 에리불린군의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인지기능' 부분에서 에리불린의 수치가 두드러진다.
이상반응을 살펴보면 에리불린군은 호중구 감소증과 같은 혈액학적 이상반응 발생률이 높았지만, 열성 호중구 감소증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낮아 관리 가능한 수준의 독성이었다. 카페시타빈군에서는 수족 증후군이 두드러지게 발생했다.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에서 생존기간 연장효과 더 뛰어나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에 대한 에리불린의 효과를 살펴보고자 EMBRACE와 301연구를 통합 분석했다. 특히 HER2 하위 그룹에 대한 전반적 생존기간을 분석한 결과, HER2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에리불린의 치료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조군인 카페시타빈군과 TPC군에 비해 생존기간이 1~6개월 가량 향상됐다. 전체 연구집단을 살펴봐도 에리불린군이 카페시타빈군 혹은 TPC군 대비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전체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에리불린 투여 시 약물 독성 및 안전성에 대한 부분은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들은 아메리카·유럽·아프리카 지역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타 지역에 대해서는 보다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