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 모두 '의약분업' 약속 안 지켰다"

"의·약사 모두 '의약분업' 약속 안 지켰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7.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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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위원 인터뷰]③ 김순례 보건복지위원..."진정성 부족" 질타
초선답지 않게 여유·자신감 넘쳐...민감 현안엔 신중론 일관 '아쉬워'

지난 6월 15일 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위원 구성과 여야 간사 선출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9명, 새누리당 9명, 국민의당 3명, 정의당 1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됐으며, 원내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간사는 인재근 의원, 김상훈 의원, 김광수 의원이 각각 맡았다. 22명의 위원 중 보건의료인 출신은 의사 출신 박인숙 의원, 약사 출신 김상희·김순례·김승희·전혜숙 의원, 간호사 출신 윤종필 의원 등 6명이다. 본지는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 그리고 보건의료인 출신,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 관심을 보이는 위원들을 직접 만나 소신과 관심 분야,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입장과 법안 심사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 지난 1일 자신의 의원실에서 국회 전문기자협의회를 만난 새누리당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초선 의원 다운 의욕과 열정을 보이면서도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의협신문 이승우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한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1978년 약대를 졸업하고, 1980년 경기도 성남에서 약국을 연 뒤로 37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보건의료 현장에 있었다.

일찌감치 약사사회 활동에도 참여해 성남시약사회장과 대한약사회 부회장, 여약사위원장 등을 거치며 약사권익 보호와 보건의료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1990년대 초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후에는 지역 정치에도 투신해 기초의원으로서 정치적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 때문인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에서 전문기자협의회를 만난 김 의원에게 어색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색함은커녕 오히려 여유가 느껴졌다. 여유 속에는 앞으로 의정활동에 대한 강한 의욕과 열정, 자신감이 넘쳐났다.

"원하지 않았던 정치, 운명이었던 것 같아"
김 의원의 오랜 약사사회 활동과 기초의원 활동 등 이력을 보면 중앙 정치 무대를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해온 듯 보이지만 정작 김 의원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꿈꾸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20대 국회에 진출하고 보니)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회를 보건복지위원회로 선택한 것 역시, 당이 보건복지위원회를 맡아달라고 했다. 약사 출신 의원으로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상임위원회에 배정된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국회에 진출한 소회를 묻자, 약사로 사회에 진출했던 1970년대를 회고했다. 김 의원은 "암울했던 70년대는 한국전쟁 종전 후 베이붐 시대로 우리나라가 가진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었다"면서 "1980년에 성남시 금감동에 20평 규모의 약국을 열었다. 당시만 해도 금강동은 일용직 노동자와 날품팔이 상인들이 모인 동네로, 매일 패싸움이 일어나 다친 사람들이 약국으로 몰려들던 시대였다"고 되짚었다.'이렇게 어려운 곳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시민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엔 "사실 정치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시민활동과 약사사회 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돕게 되면서, 국민이 부여한 권력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에 자연스럽게 흡인되듯이 빨려든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치가) 운명이었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백신 관리·자폐 조기검진·저출산 고령화·보육까지...약사 출신 맞아?

▲ 새누리당 김순례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의협신문 이승우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첫 데뷔 무대였던 지난달 21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업무보고를 받고, 다소 뜻밖의 첫 질의를 했다. 약사 출신 의원이지만 백신 관리 부실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최근 한 의원에서 백신 유통 시 스티로폼도 아니고, 일반 상자에 배달됐다는 민원을 접수했다. 보관 온도도 기준치보다 8도가 높았다고 한다. 신고하려고 했더니 보건복지부, 식약처, 보건소 모두 소관이 아니라고 했다더라"면서 의약품은 유통, 특히 백신의 경우 온도 등에 따라 변질 우려 크기 때문에 철저히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고 질타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0~3세 사이 영유아에 대한 자폐 조기검사 필요성도 역설했다. 자폐아를 영유아기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경우 치료 효과가 크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미국 CDC(질병예방통제센터) 보고에 따르면 미국 인구 68명 중 1명이 자폐 환자다. 자폐아를 조기에 발견해 응용발달 등 맞춤교육을 하면 환자의 40% 이상이 일반교육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폐아 조기진단을 방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영유아 무료검진사업에 자폐 조기 검진을 포함해, 자폐아를 조기에 발견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보건의료 재정은 물론 사회적 비용까지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고령화의 해법으로는 현재의 치료중심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예방중심 전환과 여성 중심의 출산·보육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문제 많은 의약분업, 삐뚤어진 각자의 시선이 문제"
약사 출신 의원으로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의사들과 약사들 모두에게 쓴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철저한 준비 없이 시행된 의약분업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의사단체, 약사단체들이 각자의 목소리만 냈다. 단 한 번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의약분업이 어떤 형태인지 토론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의사단체와 약사단체는 의약분업 이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안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의약분업이 아직도 불완전하고 문제가 많은 제도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단체와 약사단체 간 소통을 통해 각자의 삐뚤어진 시선을 바로잡아야 한다. 의료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의약 단체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의약분업의 중심에 국민이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해법을 찾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의사, 약사는 물론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직능 간 갈등 역시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의료인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며 공존해야 한다"면서 "이제라도 보건의료인들이 서로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보건의료인들,'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해야"

ⓒ의협신문 이승우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김 의원은, 인터뷰 내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열린 의정활동을 약속했다. 보건의료단체들에는 국민 중심 사고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당부하면서, 자신이 대화와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나는 약사 출신이라는 '핸디캡'이 있다. 그러나 핸디캡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보건의료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받은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학의 본질은 국민건강이며, 모든 보건의료 직능의 본질 역시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보건의료인들은 국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대에 화답해야 한다"고 했다.

서발법·규제프리존법 등 현안엔 즉답 피해
한편,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법 등 현안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 후 의견을 밝히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포함된 법인약국, 1약사 다약국, 외래환자 원내조제 등 규제개선 과제와 최근 약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화상투약기 도입에 대해서도 답변을 미뤘다. 아울러, 의료계와 약계 간 대표적 갈등 요소인 대체조제 활성화에 대해서도 답변을 유보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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