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졸음운전 경험·음주 비해 사망률 2배...한국수면학회 '수면장애' 집중조명
치료받지 않는 기면병 환자 운전면허 불허...불면증 환자 '인지행동치료' 강조
경찰청이 집계한 교통사고는 지난해 총 4495건으로 241명(치사율 5.4%)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졸음운전은 239건이 발생했으며, 26명이 사망(치사율 10.9%)해 일반교통사고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홍승철 가톨릭의대 교수(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9일 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수면학회 하계 학술대회에서 '낮 졸림증과 졸음운전과의 관계'를 통해 "한국의 수면장애 인구는 약 400만명에 달하지만 수면장애에 대한 평가는 부족하다"면서 "운전 중 졸음을 경험한 비율이 57%에 달하는 만큼 졸음사고에 대한 안전 대책과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특히 기면병이나 과다 수면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의 운전 중 졸음에 대해 체계적으로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면서 "운전 중 졸음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태원 가톨릭의대 교수(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운전기사의 낮 졸림증에 대한 예비연구'를 통해 "졸음쉼터를 이용할 수 없는 버스 운전기사의 경우 승객의 안전이 달려있는 만큼 낮 졸림증으로 분류된 7.2% 뿐 아니라 경계선에 있는 33.6%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수면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권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처 부연구위원은 '졸음운전 교통사고의 위험성과 대응 동향'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해 12월 교통안전공단 조사결과 운전자 10명 중 4명이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고, 19%는 사고가 날뻔한 아차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특히 평균 운전시간이 9∼10시간으로 긴 화물차의 졸음운전 경험 비율이 51%고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운수교통 지원대책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전자를 대상으로 수면검사를 실시한 후 수면장애 운전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도 수면무호흡증과 관련한 신체검사 적격자에 대해서만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면서 "수면장애·치매 등의 운전자 관리를 위한 검진체계와 치료지원센터를 비롯해 면허갱신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65세 이상 운전면허자 230만 명 가운데 사업용 운전자 28만명에 대한 검진과 치료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박 부연구위원은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구축과 후유 장애인을 위한 재활병원 운영을 비롯해 의학계는 물론 경제·환경·사회복지 등과 와 연계해 교통안전 사업·연구·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주제로 불면증 환자의 약물치료에 앞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수면습관이나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도록 한 미국 수면학회 가이드라인을 집중 소개했다.
이지현 원장(드림수면클리닉)은 '개원가 수면클리닉에서 할 수 있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소개, 눈길을 모았다.
학술대회를 준비한 이정희 한국수면학회장(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운전·졸음운전·노인에서의 수면장애 등에 관한 연구는 특정한 과가 아닌 의학 전반의 기초"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치매를 일으키는 독소단백질이 뇌 밖으로 배출된다는 최근의 연구결과는 치매예방에 수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수면제 남용을 예방할 수 있는 인지행동치료에 관한 미국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수면의학에 관한 기본 지식과 새로운 변화를 함께 공유하고, 임상 적용을 통해 수면 장애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는 데 다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