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방의학회, 20년 간 논의만하던 임상예방의학 현실화 위해 총력
병원 내 임상예방의학과 신설 및 임상예방의료서비스 수가 신설 강조
대한예방의학회는 13일 오후 1시 30분 서울의대 국제관에서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임상예방의료 도입 심포지엄'을 열고 임상예방의료 도입을 위해 그동안 학회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그리고 임상예방의학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이 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박병주 서울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임상예방의료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박 교수는 "1980년대 이후로 질병 발생 양상이 감염성 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변하고 있으며, 만성 퇴행성 질환의 시대가 오면서 질병치료의 패러다임이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에 대한예방의학회는 20년전부터 임상예방의료 도입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학회는 임상예방의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했으며, 2009년 2월 대한예방의학회 이사회에서는 예방의학의 기존 분과인 역학, 환경의학, 의료관리학에 이어 제4분과로 임상예방의학을 인정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은 임상역학 분야별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하고, 병원 예방의학과는 전문적 예방진료 수행, 예방주치의로서 진료의 연속성, 예방의료서비스 평가 등의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회가 임상예방의학과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으나 현실에서는 병원이 임상예방의학과를 신설하지 않는 등 외면 받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병원 내에 있는 건강증진센터에서는 예방진료 관련 각종 시술과 검사, 서비스의 질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보건소의 통합건강증진사업 내용을 보면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치매 예방관리,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 등 예방관리와 관련된 일이 많지만 실제로 임상예방의료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인에 맞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일차의료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구축해야 하며, 종합병원에 임상예방의학과를 설치해 특정 전문과와 직능을 떠나 포괄적인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근거 있는 예방의료서비스에 대한 수가를 책정해야 하고, 정부는 근거 생성과 평가를 위한 연구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수경 서울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임상예방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정밀의학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전체 인구집단에 초점을 두어 예방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 노출된 개인에 초점을 두어 예방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개인맞춤예방적 접근(정밀의학)이 필료한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또 "맞춤건강예방센터를 만들어 개인의 위험도를 측정해 개인의 질병을 맞춤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여기에 임상예방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형근 제주대의전원 교수(예방의학)는 "국가지정전문질환센터의 경험을 토대로 했을 때 병원에 임상예방의학과가 있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상예방의학전문의를 위해 전문의 수련 과정 개편이 필요하며, 예방의학회 차원의 임상예방의학 분과 신설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승호 성균관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건강관리서비스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임상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의사가 주도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 서비스로 보지 않다보니 비의료인에 의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앞으로 임상예방의학 전문의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래의 의료는 개별화되고 특정 표적질병 또는 상태에 따른 세분화된 예방의학으로 바뀔 것"이라며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증거 기반 임상예방의료가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 교수는 "일차진료영역에서 임상예방의료 제공은 개원의가 주도해야 하고, 독립적인 임상예방의료 제공은 예방의학전문의가 주도해야 한다"며 "건강관리서비스를 의사의 포괄적 관리하에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의 확대 개념으로 접근해야 제대로 된 임상예방의료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건강보험수가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대한 보상인데, 아직까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예방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예방의학회에서 임상예방의료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아직 일반인들에게 임상예방의료를 상식적으로 이해시키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예방의학회에서 제안하고 있는 임상예방의료·임상예방의학 전문의 제도 등이 현실화되기는 힘들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는 반대로 전기홍 아주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예방의학은 현재 국가의 보건의료 획일화로 인구집단에 대한 시장 접근이 제한된 환경이기 때문에 그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없으나, 질병 양상과 인구구조가 크게 바뀌는 미래에는 예방의학의 국가적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과거 20년동안 논의만 하던 임상예방의학을 전문분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