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우 지음/쿠북 펴냄/1만 2000원
"인간의 수명은 모든 죽음을 불문하고 이미 운명으로서 그 시기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지금 현재 삶을 계속하고 있는 우리들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안타까운 사망사례를 통해 그 사망과 관련된 중요한 핵심을 파악해 우리들 삶의 교훈으로서 이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법의학의 대상은 시체·생체·물체 및 서류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시체가 주된 대상이다. 법의학적 검시 대상이 되는 죽음의 대부분은 죽음 자체를 예상할 수 없었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죽음이다. 법의학의 주된 대상이 되는 변사체를 검시해 보면 불가항력적 죽음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에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미연에 죽음을 방지하거나 적어도 시기를 늦출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죽음이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남겨준 살아있는 의미다.
박의우 건국대의학전문대학원 교수(법의학)가 '법의학이야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를 펴냈다.
죽음과 관련 잘 못 알려진 이야기들은 오해와 억측을 낳기도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망과 관련해 명확하지 않은 개념을 갖고 있다. 일반인 뿐만아니라 주검을 마주하는 의료인과 수사관들도 예외는 아니다. 사망진단서의 내용중 사인과 사망의 종류와의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이런 문제는 의학교육에서 법의학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로 노정된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반이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거나, 애매하고 불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항들은 물론이고,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변사사건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 법률가들이 알아둬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과 함께 우리나라 현실에서 부검이 지니는 의미를 다룬다.
모두 3부로 엮어진 이 책은 ▲시체현상과 관련된 문제들(물에 떠오르는 시체 중에서 남자와 여자가 다른 자세로 떠오른다는 것이 진실일까·청산염 중독으로 사망한 경우 시반의 색깔은 과연 선홍색일까·인간이 사망한 후에는 혈관 속 혈액이 굳어질까·즉시성 시체경직이란 어떤 것일까·사망후에도 수염과 손톱이 자랄까·초생반응이란 어떤 것일까·물 속에 던져 넣은 시체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 완전히 없어질까) ▲사인과 관련된 문제들(찬물을 마시다가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을까·지연성 익사란 무엇일까·선풍기 사망의 진실은 무엇일까·피부에서 아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도 감전사를 판단할 수 있을까·목욕 중의 사망은 왜 생길까·자신 손으로 목을 졸라서 자살하거나, 우연히 사망할 수도 있을까·벼락을 맞았는데도 생존하는 일이 드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감전 시 즉시 사망하지 않고 시간이 경과된 후 사망하는 사람의 사인은 무엇일까·학대받아 숨진 아동의 사인은 무엇일까·불산 중독의 결과는 어느 정도일까) ▲제대로 알아두고 싶은 궁금증(치명상을 입었을 때 어떤 활동이 가능할까·목을 매어 죽으면 반드시 혀가 돌출될까·끈을 묶어 매듭을 만들지 않고서도 자교사가 가능할까·목이 심하게 꺾이면 어떻게 될까·장이 파열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변화가 생길까·술을 얼마나 마시면 목숨을 잃을까·물속의 시체가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을까) 등 46가지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현재 대검찰청 법의학자문위원과 대한법의학회 국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 <풀면서 배우는 법의학> <법의학> <의료감정학>과 역서 <감정입문> <독살> 등을 펴냈다(☎ 02-450-3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