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병원 내 감염 주의해야 하지만 다른 요인이 큰 문제"
부산·경남·전남지역 높은 유병률…보건당국 관리·감독 강화해야
최근 C형간염 집단 감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 내에서의 부주의로 인한 감염보다는 마약주사 및 무면허 문신시술 등 불법시술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또 병원 내에서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인해 발생한 감염은 의료계 차원에서 적극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일부의 사건이 전체 의료기관의 잘못인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시술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이 많은 지역에 대해 보건당국이 철저한 조사를 하고 이같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 순창 의료기관, "감염 원인 내시경 아니다"
올해들어 다나의원, 서울현대의원 등에서 C형간염에 감염된 환자들이 대거 발생하고, 전라북도 순창의 한 의료기관에서도 C형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그러나 앞의 두 의료기관과 달리 순창의 의료기관은 병원 내시경 미소독으로 인해 C형간염 환자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무면허 치료사가 불법시술을 하면서 C형간염에 감염된 환자들이 많다는 주장이 나왔다.
순창의 의료기관은 역학조사 결과 상당수의 환자가 마을회관 등을 돌며 불법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무면허 치료사로부터 치과질환, 한방치료를 받았다.
이와 관련 순창 의료기관 A원장은 "2006년부터 개원해 환자들을 진료해왔는데, 다른 지역보다 C형간염 환자들이 많아 더 신경써서 진료를 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의료기관의 잘못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처럼 보도해 당혹스러웠다"고 모 언론에 밝혔다.
또 "칵테일 주사, 수액주사를 하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문제는 전혀 없었고, 단순 영양제만 쓴 것을 질병관리본부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A원장은 "내시경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문제가 생겼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초기부터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지역이라 내시경 소독을 철저히 했고, 그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전문가들은 병원 내에서의 감염도 주의해야 하지만, 지역적 특성 때문에 유병률이 많은 곳에 대한 원인분석 및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간학회도 백서를 통해 불법시술 행위가 많은 지역에 대한 원인을 규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간학회가 2013년 발행한 <한국인 간질환 백서>를 보면 C형간염바이러스(HCV) 항체 보유율은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다.
국내 HCV 항체 보유율은 평균 0.78∼1.29%로 알려져 있으나, 전남지역(2.07%)과 부산(1.53%)이 높고, 서울과 경기지역이 중간 정도의 보유율(0.53∼0.54%)이며, 제주는 0.23%로 가장 낮다.
간학회는 백서를 통해 "지역별로 보유율이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지만, 부산의 경우 항만지역 특성에 따른 정맥주사 약물남용과의 연관성을 제시한 보고가 있으며, 남서 해안의 특정 지역에서 발견되는 높은 보유율을 비위생적 침술과 같은 지역 환경에 원인이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C형간염의 감염 경로는 수혈에 의한 경우는 줄었고, 정맥주사 약물남용, 수술, 주사침 찔림, 문신, 침술 등이 새로운 위험인자로 분석됐으며, 절반 가량의 환자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C형간염 감염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병원 내 감염과 무면허 의료행위 등에 관한 보건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단속이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간학회는 "여러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서 오염된 침을 재사용하는 것이 C형간염 감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국내에서는 농촌지역에서 행해지는 침술이 C형간염의 유의한 위험인자로 보고된 바 있기 때문에 무면허 침술업자가 오염된 침술행위를 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부분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에 의한 문신이 성행하고 있는데, 비위생적 문신시술, 피어싱, 네일케어 등 미용 시술에 의한 혈액 매개 질환을 막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형간염 유병률 높은 지역 정확한 원인 규명 연구 필요
김창욱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소화기내과)는 "고위험군에서 HCV 항체 양성률이 높은데, 정맥주사 약물남용자 중 48.4∼79.2%, 혈액투석 환자 중 5.9∼14.7%, HIV 환자 중 5.0∼6.3%, 혈우병 환자 중 20.0%가 양성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독이 적절히 되지 않은 피어싱, 침술, 문신, 소독이 적절히 시행되지 않은 외과수술, 내시경검사, 치과치료 등의 의료시술 등도 감염 위험인자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유병률도 증가하며 전남·부산·경남·경북 지역등이 고유병률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숙향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지난해 9월 <의협신문>과 <대한간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C형간염 퇴치를 위한 현안 및 전략 모색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현재 수혈로 인한 HCV 감염은 300만 건당 1건으로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불법시술 등이 많이 이뤄지는 지역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C형간염 발생빈도가 높은 부산·경남의 경우 감염자의 연령이 평균보다 낮고 침습시술 및 마약남용 건수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즉, 부산·경남의 경우 아직도 감염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으므로 침습시술과 마약남용으로 인한 HCV 감염 위험에 대한 홍보, 교육 등 적극적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밖에 "전남은 감염자의 연령이 평균보다 높았기 때문에 예방보다는 환자를 신속히 찾아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 불법 시술을 받으면서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된 사례는 과거에 종종 발생했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언론에서 특정 지역에서 C형 간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간암으로 사망한 환자가 7% 정도 많다는 보도를 한 후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는데, 특정 지역의 유병률에 대한 보도를 할 때 언론이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도 "전북 순창지역의 C형간염 환자 발생은 역학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인과 의료기관들이 감염관리에 책임을 갖고 더욱 철저한 노력을 하는 것과 별개로, 기타 감염경로들에 대한 대책을 보건당국이 하루속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